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이후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강타했다.
미국의 딜이 대폭 늘어난 반면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그 밖에 지역은 큰 폭으로 줄어든 것. 미국 독주와 함께 탈 세계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M&A 시장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M&A 규모가 2조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급감했다.
지난 5년에 걸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던 M&A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의 독주가 올해 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미국 기업의 M&A 규모는 1조1000억달러로 전체 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동시에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유럽 지역의 상반기 M&A는 2870억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57% 급감했고, 일본과 그 밖에 아시아 지역의 딜 역시 각각 380억달러와 3420억달러로 각각 23%와 28% 후퇴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M&A가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상승했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690억달러 M&A에 따른 결과다.
지구촌 전반의 M&A 감소와 함께 미국 및 그 밖에 지역의 양분화 현상은 중국과 이란 등 주요국에 날을 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를 포함해 국가 안보를 앞세운 제재와 압박이 날로 수위를 높이자 주요국 기업들이 리스크가 잠재된 투자와 인수를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의 마크 샤피르 글로벌 M&A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보호주의 정책과 무역 마찰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딜을 가로막고 있다”며 “특히 국경을 넘는 기업 인수가 줄어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2조달러 가량의 올해 상반기 M&A 가운데 해외 딜은 4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금액 기준 상위 10건의 M&A가 모두 국내 딜이었고, 이 가운데 8건이 미국에서 이뤄졌다.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도 M&A 시장의 소위 탈 세계화 움직임이 뚜렷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이후 해외 M&A를 주도했던 중국의 행보가 크게 위축됐다.
홍콩 소재 프레시필드 브루코스 데린저의 필립 리 파트너는 FT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중국 기업들이 해외 M&A에 뛰어들기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해외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큰 데다 신용 라인이 일정 부분 제한된 것도 기업들의 발목을 붙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