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중국과 북한 정상회담의 알맹이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경제 제재와 폭탄 관세에 홍역을 치르는 양국 정상은 20일 회동에서 양국의 외교와 경제적인 쟁점을 집중 논의했지만 실상 담판은 미국을 정조준했다.
서로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대치 국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양측의 이해가 14년만에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성사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삼각관계의 해피엔딩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베이징 시내 대로변에 설치된 대형 TV 스크린에서 중국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방영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장면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체제 보장과 경제 발전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힌 한편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면서 입지가 축소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 역시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속내를 털어 놓았다. 그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1년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위한 북한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상대방’이 합당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국제 사회가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 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던 그는 기대와 다르게 전개된 상황에 인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일주일 앞두고 승부수를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김 위원장으로부터 경제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인내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낸 것은 한 가지 수확이라는 평가다.
중국 지린대학의 왕 셩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북미 간 신뢰가 실추된 상황에 시 주석이 한반도 정세에 중국이 강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인시켰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리스크 그룹의 안드레이 란코프 이사 역시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노림수는 북한의 군사 도발을 저지하고, 이를 무역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꺾어 놓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략의 적중 여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수 차례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을 경계하는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는 모습을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마이클 허슨 동북아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한반도 정세는 중차대한 현안이지만 무역협상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도움을 구해야 할 만큼 절박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북한 역시 중국을 앞세워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NYT를 포함한 주요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할 여지가 지극히 낮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