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이영학 범행 유사..살해·시신유기 등 혐의
대법, 살인죄 “살해 목적이나 계획 없어도 인정…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망 위험 인식한 것만으로 족해”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고유정 씨 사건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의 범행과 유사하다는 법조계 시각이 나온다. 고 씨와 이 씨는 살해와 함께 시신 유기 및 훼손 혐의를 공통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살인죄에 대해 살해 목적이나 계획이 없어도 인정해왔고, 범행 자백이 없을 경우에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망 위험을 인식한 것만으로도 죄를 묻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14개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 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씨는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추행 및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원심의 양형이 적정하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라며 판결했다.
고유정 씨의 경우, 전 남편을 제주도 한 펜션에서 살해 뒤 시신을 훼손하고 바다와 육지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가 고 씨의 얼굴을 공개할 만큼 고 씨의 살해 정황 증거는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왼쪽)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씨가 6일 오후 제주 제주시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영학 씨 2019.06.06 leehs@newspim.com |
고 씨는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계획범행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로 추정되는 유해 일부를 고 씨의 김포 집과 가까운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 시신 수습과 함께 고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해 아내를 살인하고, 교통사고 화재로 위장하기 위해 자동차에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최 모씨에게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1심은 “차량에 발생한 화재는 내부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불을 놓아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차량이 농수로 쪽으로 추락하면서 받은 충격이나 자체 결함이 화재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도 “최 씨는 살해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그 직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사건 현장에 불을 낼 동기가 충분하다”며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을 사망하게 만들었다면 살인죄로 판결해왔다. 미필적 고의로도 살인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살인 및 시신 유기 및 등 혐의로 기소된 또다른 판결에서도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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