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규제 당국이 미국 포드자동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창안포드에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하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기업 때리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포드 자동차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5일(현지시간) 창안포드에 1억6280만위안(약 277억59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SAMR은 홈페이지에서 포드·창안 합작사가 2013년부터 중국 충칭시에서 자동차 최저 재판매가격을 책정해 대리점의 가격 책정 자유를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언론은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을 볼모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벌’을 받은 자동차업체는 포드가 처음이 아니다. 무역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한 2016년에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벤처가 반독점 위반 혐의로 2900만달러(약 342억원)의 벌금을 받은 바 있으며, 아우디와 피아트크라이슬러도 비슷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본격화되자, 중국 또한 연이어 측면 공격을 가하고 있다.
앞서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보낸 화물이 미국 페덱스 본부로 간 배달 사고가 일어나자 화웨이는 페덱스가 우편물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제기하며 페덱스와의 거래를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목록에 화웨이와 거래처들이 오른 후 퀄컴과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발표하자, 중국은 이른바 ‘표적 리스트’를 만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1일 “관련 법률과 규칙에 따라,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장 규정을 어기거나 계약 내용을 준수하지 않거나 공급을 봉쇄하는 외국 기업·단체·개인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중국 당국이 포드 중국 합작 법인에 부과한 벌금은 지난해 충칭에서 기록한 합작법인 판매 총 금액의 4%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을 만한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본격적인 미국 기업 때리기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라면, 미국 기업들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도 엮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AMR은 지난해부터 미국 마이크론과 더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인데,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이라는 실제 이유를 감추고 공정한 경쟁 활동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 기업 때리기에 이들 한국 기업들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아직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공식적으로는 협상 타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담판 결과도 아직 예측할 수 없어 중국의 이번 행보는 본격적 보복 조치라기보다는 경고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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