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최소 4년 계약기간 보장
반품조건 협의요청권 등 포함
부당반품제한 공급자도 비용 부담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물량 밀어내기 논란 등 본사와 대리점간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식음료·의류업종에 대한 표준계약서가 대폭 수정됐다. 기존 계약서에 없던 계약기간을 ‘최소 4년’으로 명시하고, 대리점이 공급가격을 조정·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반품 관련 분쟁이 많은 식음료의 경우 공급업자도 부당 반품제한에 따른 비용을 부담토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소 계약기간 보장·반품조건 협의요청권·인테리어 시공기준 등을 포함한 식음료·의류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공정위가 실태 조사한 분석 자료를 보면, 식음료·의류업종은 각각 3만5636개, 1만158개로 전국 대리점 숫자가 가장 많은 분야다.
전국 대리점 숫자가 가장 많은 만큼,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 분쟁도 빈발하고 있다. 식음료업종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 특성상 재고 부담이 큰 분야다. 때문에 밀어내기 등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우려가 높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사건과 2015년 정식품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의류업종은 높은 전속거래 비율(91.2%)로 대리점의 종속성이 강한 곳이다. 대리점 규모도 영세해 거래상지위 등에 따라 협상력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8일 대리점주에게 자사 물품을 불법으로 강매한 의혹이 일던 남양유업 사태 [뉴스핌 DB] |
이번 개정은 계약기간 및 영업지역(공통)·반품(식음료)·인테리어 시공(의류) 문제 등 업종별 구체적인 거래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규정을 대거 포함시켰다.
주요 개정 내용을 보면, 종전 계약서에서 규정하지 않던 계약기간이 최소 4년으로 설정됐다. 4년의 계약기간은 평균거래 유지기간·매몰비용 및 그 회수기간 등을 고려한 처사다. 해당 규정은 공급업자·대리점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됐다.
대리점이 공급가격을 조정 요청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온라인과의 가격경쟁에 직면한 대리점의 상황을 고려하되, 재판가 유지행위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 조정 요청이 가능해진다.
단 대리점들은 모든 온라인몰 판매가를 대리점과 동일하게 설정할 것을 희망했으나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소지가 있어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인근 대리점 개설·영업지역 변경의 경우 사전통지, 협의해야한다. 엄격한 영업지역 제한은 허용하지 않되, 인근 대리점 개설 등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전통지·협의 등을 둔 경우다.
공급업자가 경제적 효율성 확보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리점이 요청한 상품의 공급을 거절하는 것은 금지다. 예컨대 보복조치의 일환이 주된 핵심이다.
대리점이 공급거절 이유에 대해 소명을 요청할 경우 공급업자는 30일 이내에 답변해야한다. 반품 관련 분쟁이 많은 식음료의 경우, 반품조건 협의·부당한 반품제한 때 공급업자의 비용 부담을 두도록 했다.
인테리어 관련 분쟁이 많은 의류의 경우는 시공업체 선택권 보장·리뉴얼 기간 설정 및 비용분담 원칙을 규정했다. 계약의 중요사항 위반 때에는 시정요구 기간을 종전 14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연장했다. 시정요구 서면통보도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확대했다.
동대문구 청량종합도매시장에 남양유업 제품을 비롯한 유제품, 청량음료 등이 쌓여 있다. [뉴스핌 DB] |
이 밖에 서면계약서 미교부, 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주문내역 확인 회피 및 거부, 보복조치 등 대리점법상 8가지 금지 유형도 명시했다. 입법추진 과제 사항인 대리점단체 구성 등 공급업자의 설립 방해 및 가입에 따른 불이익조치 금지, 대리점에 대한 허위·과장정보 금지도 뒀다.
한용호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오는 7월 시행되는 대리점분야 공정거래협약 평가를 통해 표준계약서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며 “표준계약서 사용에 높은 배점을 부여하는 ‘협약 평가기준’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과장은 이어 “신규 업종에 대해서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거쳐 표준계약서 보급(하반기)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통신업종에 대해서는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제정해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