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회장, 아시아나 회계 사태 책임지고 3월 말 퇴진
금호그룹, 아시아나 매각에 모든 역량 집중..."최우선순위"
아시아나 구체적 윤곽 나온 후 회장 영입 논의 재개 예정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두달여가 넘었지만 박삼구 전 회장의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밀려 회장 영입에 대한 논의 자체가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연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목표가 이뤄지거나 윤곽을 잡은 후에나 후임 회장 인선이 진행될 전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금호아시아나는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경영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하며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박삼구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그룹 수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인 상태다.
당시 박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회장 자리가 비게 되자 그룹 측은 적합한 외부 인사를 물색, 이른 시일 내 차기 회장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 전 회장 역시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분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것"이라며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를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회장과 경영진을 도와 각고의 노력과 협력을 다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결정하면서 회장 영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지지부진해지기 시작했다. 그룹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SK나 한화, 롯데, CJ 등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후보로 언급되던 주요 대기업들이 하나 둘 인수 의향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아예 관련 논의 자체가 쏙 들어가 버렸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그룹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우선순위기 때문에 차기 회장 영입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없다"며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진 차기 회장 관련 논의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올 상반기 중에는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는 연내 완료를 목표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 4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매각 의사를 전달하고 해당 내용이 포함된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매각 주간사로 크레딧스위스증권(CS증권)을 선정,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7~8월 중 입찰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를 접수,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사 등을 거쳐 이르면 연말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기업이 없는 만큼, 사실상 연내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매각을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단 의미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말 경영에서 물러났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조기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한 뒤, 바로 다음날 그룹 회장직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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