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통상 시스템 개혁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이 위기 시 달러 부족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석학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무역 전면전에 이어 IT 냉전으로 확대된 미국과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한 중국은 표면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 냉전에 대처할 만큼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달러화 자산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인해 당장 중국이 지난해 아르헨티나와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 하지만 실물경기 악화로 인해 기업 디폴트가 늘어나는 한편 교역이 크게 꺾일 경우 달러화 유동성 부족과 위안화 급락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케빈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대규모 충격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면 위안화 가치를 지지하는 데 중국의 달러화 자산이 부족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금융 및 외환 당국은 최근 수년간 기업과 개인의 달러화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위안화가 가파르게 떨어지거나 금융권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인민은행(PBOC)은 달러화를 매도해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서는 한편 부실 금융업체의 구제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때 인민은행의 자산 현금화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동성 경색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책자들은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만 해도 투기 세력들 사이에 위안화 하락 베팅이 봇물을 이루는 한편 자금 썰물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GDP 대비 30%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0년 48%에서 가파르게 떨어진 셈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대외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1조9700억달러로 불어났다. 외환보유액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채권 발행액은 1조달러에 달했고, GDP 대비 회사채 규모는 지난해 2분기 155%를 기록했고 최근까지 추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GDP 대비 회사채 규모 74% 및 100%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기업 수익성이 악화,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디폴트가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내달 일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또 한 차례 휴전을 결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30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동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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