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갤러리, 한국 전통 아름다움 살린 현대미술
파리 갤러리 브루지에-히가이 서울 분점 개관
본화랑 '두 가지 시선' 전시 개최‥내달 23일까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웅갤러리(대표 최웅철)가 33년 강남 생활을 청산하고 강북 홍지동으로 옮겼다. 더 많은 컬렉터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웅갤러리 최웅철 대표(한국화랑협회 19대 회장)는 24일 홍지동으로 이전한 웅갤러리에서 취재진과 마주했다. 최 대표는 1987년 신사동 판화전문 갤러리로 시작해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기획전시를 일구고 2000년 논현동으로 이전해 도자, 유리, 목공예 등 전통 공예의 현대화를 위한 노력해왔던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그는 컬렉터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7월 건물을 매입, 홍지동 웅갤러리를 올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웅갤러리 최웅철 대표 2019.05.24 89hklee@newspim.com |
최 대표는 "현재 홍지동은 인사동까지 15분이다. 평창동에서 인사동까지 가는 길에 스무 개가 넘는 갤러리가 있다. 많은 고객들이 다녀갈 수 있는 곳에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웅갤러리 건물에는 본화랑, 프랑스 파리 중심에 위치한 브루지에 히가이 서울분점도 함께 들어섰다. 최 대표는 "이곳 건물을 보고 매입한 후에 다른 갤러리도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알렸더니 흔쾌히 들어오겠다고 한 곳이 본화랑과 브루지에 히가이 갤러리"라고 소개했다.
지하 1층은 본화랑, 1층은 프랑스 갤러리인 브루지에 히가이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2~3층에 웅갤러리 전시장이 세워졌다. 이 세 갤러리는 향후 컬렉터와 관람객을 위해 전시 일정과 내용 등 활발하게 교류한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담색물성' 전시장 전경 2019.05.24 89hklee@newspim.com |
웅갤러리의 개관 전시는 '담색물성(潭色物姓)'이다. 최 대표는 "'담색'을 쓸 때 주로 '담담할 담(淡)'을 많이 쓴다. 이번 전시에서는 '못 담(潭)을 썼다. 모이자는 의미다. 즉 한국의 빛과 기법이 모인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한국의 물성을 표현하는 작가 7인으로 구성했다. 그 주인공은 구자현, 김택상, 윤형근, 이진우, 이동엽, 장광범, 장연순이다.
김택상 작가는 '빛을 담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한 자루의 붓 대신에 물, 중력, 색, 바람 그리고 시간을 매체로 한다. 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제작 기간을 갖는다. 캔버스에 자신이 만든 안료를 기본 10번에서 15번 정도 담궈내 이와 같은 '색'과 '빛'을 만든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번 거친 작업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장연순의 '늘어난 시간' 2019.05.24 89hklee@newspim.com |
장연순 작가는 아바카(마) 섬유에 가장 한국적인 색인 '쪽빛'을 입혀 일일이 혼으로 뽑아낸 실로 3가지 오브제 '늘어난 시간'을 선보인다. 최 대표는 "이 작품은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쪽물로 '쪽빛'을 냈다. 쪽빛은 한낮의 하늘색과 밤하늘색을 나타낸다. 쪽빛은 몇 번을 담그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들은 갓처럼 반투명하다. 그래서 조명을 뒤에서 비쳐 작품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현 작가는 백색 페인트로 두껍게 쌓인 질감 위에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금지화와 백금지화의 둥근 형태를 담은 작품으로 한국적인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날 현장을 찾은 구 작가는 "웅갤러리가 이런 기획을 했다는 게 참 기분좋고 전시 제의를 받아 좋았다"고 밝혔다.
최근 프랑스에서 주목하는 장광범 작가는 도자기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캔버스에 옮긴 작업을 공개한다. 그는 아크릴 페인트를 겹겹이 올려 한국의 입체적인 산수를 표현하고 올려진 페인트를 샌딩작업으로 다시 깎아내려 흔적과 시간을 캔버스에 입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본화랑 대표 이승훈 2019.05.24 89hklee@newspim.com |
이번 재개관전은 어쩌면 최웅철 대표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다. 최 대표는 1999년부터 20년간 공예계에 있었다. 시장에서 가까이 보니 한국전통 공예는 현대사회의 변화에 흡수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주문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예 문화는 부르주아층이 무너지면서 사라졌고 1960년대 국가 정책에 의해 문화재 보유자만 살아남는 생태계로 굳었다.
전통공예의 발전을 고민하던 최 대표는 공예전통 이수자들과 10년간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공예 기술을 현대화하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졌다. 그렇게 이 '담색물생'이 탄생하게됐다.
공도 많이 들였다. 직접 초대장과 도록을 한지로 구성했다. 두텁한 한지 인쇄물은 프린트가 아닌 판화 형식으로 직접 누르고 수작업했다. 미술의 새로운 감상관점에 대한 담론 확장을 위한 전시인 '담색물성'은 오는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아시아 총괄큐레이터 박세리 2019.05.24 89hklee@newspim.com |
웅갤러리 전시가 열리는 기간 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와 본화랑에서도 전시가 펼쳐진다. 1층에 위치한 브루지에-히가이 갤러리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6월 22일까지 '8960km'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뉴욕 MoMA를 비롯한 전 세계 17개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살아있는 그래피티의 전설 존 크래쉬 마토스와 뉴욕 출신 작가 존원이 참가한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콜라보 작업으로 한국에 알려진 파비앙 베르쉐르의 작품, 유쾌한 표정의 노랑고양이를 그리는 무슈 샤의 작품도 소개된다.
아울러 세계적인 그래피스트 뱅크시와 함께 영국 브리스톨에서 그래피티를 개척한 스텐실 대가 닉 워커, 오랜 기간 아랍과 동양의 캘리그래피를 연구하며 자신의 독창적 언어를 창작해 작업하는 라틀라스, 그래피티 작가들의 성지 독일에서 750m 거대한 벽화 작업을 완성한 여성 그래피스트 매드씨, 영국과 로마, 파리를 비롯, 중국 상하이 MoCA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 세트의 작품도 참여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본화랑 이승훈 대표, 웅갤러리 최웅철 대표, 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아시아 총괄큐레이터 박세리 2019.05.24 89hklee@newspim.com |
지하 1층 본화랑은 이석주, 지석철 작가의 초대전 '두 가지 시선'을 선보인다. 이석주, 지석철 작가는 한국적 극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석주 작가의 '말', 지석철 작가의 '의자' 같은 시그니처 테마를 비롯한 소재의 다양성과 함께 섬세한 극사실적인 표현 기법에 작가의 시그니처 테마 속에서 감각적인 추상주의적 화풍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3일까지 이어진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