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꿈같은 5월을 보내는 중이라고 했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일들이 최근 한 달간 모두 현실이 됐다. 끝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영화를 마무리했고, 이 작품으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덕분에 개봉일까지 따냈다.
배우 차인표(52)가 신예 전혜림(30) 감독과 손잡고 두 번째 연출작을 선보인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옹알스’다.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를 정복한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조수원·채경선·조준우·최기섭·하박·이경섭·최진영)의 1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영화 ‘옹알스’의 감독 차인표와 전혜림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21 alwaysame@newspim.com |
“우선은 너무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고 얼떨떨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하고 조심스럽죠. 관객들은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해요.”(전혜림)
“세 가지 감정이에요. 감사함, 의아함, 미안함.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고 의아하면서도 저희 때문에 다른 독립영화가 주목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죠. 배우 했을 때와 다른 점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때는 기대와 설렘이 컸다면 지금은 감사함이 더 크죠.”(차인표)
이 영화의 시작은 봉사단체 콤비(COMBI)였다. 연예인, 마술사, 공연단, 태권도팀 등으로 이뤄진 단체로 한두 달에 한 번씩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다닌다. 차인표는 이곳에서 옹알스를 처음 만났다.
“보육원 봉사활동을 갔는데 옹알스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저 역시 너무 재밌었죠. 그렇게 몇 년에 걸쳐 근황을 물으며 지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기획, 제작, 투자만 맡았어요. 근데 촬영 직전에 감독님이 사정으로 못하게 됐죠. 책임을 져야 했어요. 근데 이들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제가 나을 거라고 생각했죠. 다만 전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전 감독에게 제안을 했어요.”(차인표)
‘우리 한 번 해보자’는 차인표 말에 전 감독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신인 영화인인 제게 그런 제안을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비슷한 사람 둘이 한 작품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두 사람은 성별, 나이, 성향까지 모두 달랐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영화 ‘옹알스’의 감독 차인표와 전혜림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21 alwaysame@newspim.com |
“선배랑 저는 너무 달라요. 그래서 그걸 맞춰가는 게 힘들었죠. 선배는 급하고 전 느려서 속도의 차이도 났고요. 하지만 지향하는 바가 같았죠. 충돌은 오로지 표현하고 만드는 방법에서 오는 거였어요. 근데 돌이켜 보면 그 충돌이 있어서 지금의 영화가 나올 수 있었죠. 제 고집대로 했다면 지금의 ‘옹알스’는 없었을 거예요.”(전혜림)
“정말 5:5 정도로 조율된 듯해요. (차 감독은 전 감독의 동의를 구했고 전 감독은 차 감독의 노력이 더 컸다고 했다). 제가 50대고 전 감독이 30대니까 이건 세대 간의 벽을 허문 거죠(웃음). 사실 지금 전 감독과 일을 못한다면 앞으로 젊은 영화인들과는 절대 일을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무조건 만들자 싶었죠. 일종의 저를 테스트하는 과정이었어요.”(차인표)
둘의 이견만 조율한다고 될 문제도 아니었다. 대개의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모든 것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차 감독과 전 감독은 그 안에서 옹알스의 삶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그러면서도 영화의 중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가장 힘든 건 제 주관을 덜어내는 거였죠. 인터뷰할 때도, 영상을 찍을 때도 제가 듣고 싶고 하고 싶은 것만 담으려 무던히 애를 쓰더라고요. 극영화는 감독의 주관이 들어가도 되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니잖아요. 이분들을 통해 제가 배운 걸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되게 어려웠죠.”(전혜림)
“전 선입견을 떨치는 게 힘들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옹알스와 실제 옹알스의 간극이 컸죠. 전 옹알스는 ‘도전!’만 외칠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그들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이어졌죠. 전 감독처럼 어떤 상황에도 개입하지 않는 것도 뚝심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걸 어느 선까지 지켜야 할까 계속 고민하면서 촬영했죠.”(차인표)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영화 ‘옹알스’의 감독 차인표와 전혜림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21 alwaysame@newspim.com |
물론 고민과 고난의 시간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전 감독과 차 감독은 옹알스를 통해 위로받았고 꿈을 이뤘다고 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도, 옹알스에게도 그렇게 남길 바랐다.
“저도 꿈을 지키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은 해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꼭 꿈을 이루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때로는 사회와 세상과 타협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살펴보면 모두가 다 나름의 삶을 살고 있잖아요. 우리 영화는 그 모든 삶을 응원해요. 저 역시 ‘옹알스’를 통해 응원받고 싶었고 응원받았죠. 다, 괜찮다고요.”(전혜림)
“전 오히려 옹알스 때문에 꿈을 이뤘어요. 영화 제작을 해서 이렇게 선보이게 됐잖아요. 너무 감사하죠. 지금 제 바람이 있다면 모두가 이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해요. 아픈 분들, 힘든 분들 모두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옹알스의 형편도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합니다. 이제 정말 제 새끼들 같고 그러네요(웃음).”(차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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