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박다영 기자 = 편의점에서 자궁경부암 자가진단 키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계가 깊은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의 경우 보건의료 전문가의 적확한 진단이 필요한 데, 자칫 진단 기구에만 의존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패드형 자궁경부암 자가진단 키트인 가인패드를 독점 판매한다. TCM생명과학이 개발한 가인패드는 HPV바이러스 감염 여부 및 성병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진단 의료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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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GS25에서 가인패드를 구매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
생리형 패드를 4시간 동안 착용 후 검진센터로 보내면 되는 간단한 검진 방식이 특징이다. 업체 측은 병원 방문의 번거로움을 덜어 암 유병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중요한 질환을 너무 상업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진단 키트를 통해 나온 결과를 병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론이다.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진단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은 진단을 위한 진단”이라며 “병원에서는 전문가가 해당 질환은 물론 염증도 확인하고 다른 균도 채취한다. 질환을 단순히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진단키트를 통해 자궁경부암 바이러스가 있다고 나오더라도 병원에선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추후 법적 검토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편의점 의약품 판매 확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벌여 온 대한약사회도 반발하고 있다. GS25가 이번 진단키트 도입을 시작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넘어 전문 의약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보건의료 영역은 단순히 편의성만 따져서는 안 된다. 임신테스트기는 임신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자궁경부암 자가진단 키트는 이와 다르다. 자칫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가 지연되면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접근성과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의사가 진단해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제대로 질병에 대해 케어를 받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전문가가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GS25는 가인패드를 통한 검진 결과의 신뢰도는 산부인과에서 내진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의 결과와 98% 이상 일치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 가인패드가 의료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산부인과 진료에 부담을 느끼는 2030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여 암 조기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병훈 GS리테일 생활서비스부문장은 “GS25 플랫폼을 통해 전국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진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만큼,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