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두 곳, 北 외화벌이 의혹 제기...유엔 대북제재 위반 여부는 '글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피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영업 중인 식당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해외로 판매,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각) CNN은 하노이 중심가의 냉면·불고기 전문점인 '고려식당'이 불법 소프트웨어 판매에 연루돼 있다는 저명한 미국 싱크탱크 두 곳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105번째 탄신일을 맞아, 북한은 군사 퍼레이드에서 ICBM을 선보이고 있다. 2019. 04. 17.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와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에 따르면 고려식당은 소프트웨어 업체 '퓨처테크그룹'(Future Tech Group) 및 말레이시아 방산업체 '글로컴'(Glocom)과 연계돼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식당은 겉으로는 평범한 식당인듯 하지만, 실상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에 제출된 사업기록에 따르면 고려식당을 운영하는 ‘무도 비나’라는 법인의 대표는 북한 국적의 1973년 1월 8일생 ‘김종길’이다. 하지만 김종길의 생년월일과 이니셜을 딴 아이디 ‘kjg197318’은 온라인상에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이 계정은 스스로를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소개했으며, 프로필상에는 퓨처테크그룹의 비밀 웹사이트에 있던 작업 샘플도 올려져 있다.
퓨처테크그룹은 글로컴과 같은 IP주소를 공유하는데, 글로콤은 유엔이 오랜 기간 북한의 불법 무기 수출에 활용된다고 의심해 온 업체다.
CNN은 지난 3월 고려식당을 찾아 한 직원으로부터 ‘무도 비나’가 식당을 소유한 게 맞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김종길이 식당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고려식당을 통한 북한의 이러한 IT기술 판매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C4ADS와 CNS는 북한의 행위가 정권에 대한 현금 유입을 차단하는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한 행위로 간주했지만, 군사적 목적이 아닌 소프트웨어 판매의 경우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북한 불법 자금 조달을 연구하는 CNS의 캐머런 트레이너는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는 여전히 북한이 핵 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벌어들이는 창구”라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