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관료 도움이 절실한데
당정 관계 실금 갈라..與 의원들 '입조심'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전(前) 정부하고 새로운 정부하고 정책이라든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말이다.
지난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직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데 이어 이 대표 역시 정부부처 관료들을 향해 미덥지 않다는 태도를 내비친 것이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회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방송사 마이크가 켜진지 모른 채 관료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05.14 kilroy023@newspim.com |
이 원내대표가 먼저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하자 김 실장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답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라고 지적했다.
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정책실장과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관료 집단을 향해 "못마땅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경제분야 등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묻어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관료사회를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현 집권여당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면서 관료사회가 몸을 사리는 것은 집권 초부터 계속됐다.
과거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서라도 경쟁적으로 움직였는데, 이번 정부 들어 '튀면 다친다'는 분위기에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 유전자(DNA)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기강을 세워서 공무원들과 함께, 정치권과 함께 계속 개혁하고 특히 경제 발전에 키포인트를 두고 나가야지, 누구의 잘못이라고 지적만 하고 자기들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면 과연 장수를 따라가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총선을 1년 앞둔 여권 내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감지된다. 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려면 결국은 정부 부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은 것이 절실한데,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깊지 못한 당정 관계에 실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료 출신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나도 관가에서 일할 때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지금 나와서 관을 보니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드러내놓고 이런 문제를 언급하면 메시지 진의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당 대표에게 따로 말씀드리는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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