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헬스케어·빅데이터 관련 韓 유니콘 기업 ‘0’
초기 투자금 회수한 벤처기업, 10년간 카카오 한 곳뿐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한국 벤처기업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산업별 규제를 개선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CB Insights)가 발표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산업진출과 M&A, 기업공개 현황을 분석하고 이 같이 주장했다. 유니콘 기업이란 설립 10년 이하면서 기업 가치는 10억달러(한화 약 1조원)를 넘는 비상장 기업을 의미한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진출한 상위 10개 산업(진출 기업수 기준) 중 한국 유니콘 기업이 진출한 분야는 전자상거래,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 수요산업(승차공유, 음식배달 등 수요가 있을 때 소비자 요구에 따라 서비스와 재화를 공급하는 산업) 등 4개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반면 헬스케어, 전기차, 빅데이터 등 산업에는 한국 유니콘 기업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관련 산업의 경우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헬스케어 산업의 비의료기관과 환자간 직접 검사(DTC: Direct to Customer) 검진 항목은 ‘이것만 되고 다른 것들은 안 된다’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적용된다. 빅데이터 산업은 비식별 데이터를 개인정보로 간주하고 상업적 활용을 금지하는 규제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진출하지 못한 6개 산업 분야에 진출한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 총액(1426억달러)은 한국 유니콘 기업가치 총액(259억달러)의 5.5배에 이른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5월 현재 총 8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M&A나 기업공개(IPO)와 같은 방법으로 회수전략을 실행한 기업은 지난 10년간 카카오 1개(2014년 다음(DAUM)과 합병)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34개의 유니콘 기업이 상장하거나 인수합병했고 중국에서는 30개 기업이 회수전략을 실행했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2019년 5월)까지 글로벌 유니콘 기업은 총 204개사가 투자회수 전략을 실행했다. 투자회수 방법은 기업공개가 60%로 가장 많고 인수합병이 36%로 그 뒤를 이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단기간 내 사업화하여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의 유니콘 기업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한국 유니콘 기업의 주요 투자사 17곳 중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네 곳뿐이다. 한국 벤처기업은 외국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언어적·지리적 제한으로 투자결정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한국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특히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야는 규제만 완화하면 산업 발전이 충분히 가능한 분야”라며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또 “벤처기업의 민간 투자자를 다양화하고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허용, 벤처기업의 대기업 집단 편입기간 연장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