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제안 이후 한국당, 이틀째 거부의사 밝혀
한국당 "야당을 들러리 세우나"..1대 1 단독회담 요구
靑, 다른 당과의 형평성 문제 고심..성사 여부 불투명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청와대가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야 4당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친 가운데 자유한국당 여전히 "일대 일 회담", "패스트트랙 논의" 등을 요구하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통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문제는 별도로 해결하더라도 북한 식량 지원에 대해선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 협의를 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국회가 처리한 패스트트랙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개입하기 어렵지만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대해선 입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제안에 민주당은 물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여야 4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국당은 여야 5당 대표가 모두 함께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일대일 회담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따로 만나야 한다는 의미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제안한 회담의 형식은 야당을 들러리 세우고 국민 홍보용 사진이나 찍으려는 쇼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며 "대통령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한국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발로 뛰며 만난 국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대 일 형식의 만남에 대해서 청와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영수회담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당 대표만 따로 만나고 나머지 여야 4당 대표를 만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전 당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한 적이 있다.
최근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이 철저히 배제된 상황인 만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가 한국당의 숨통을 티워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01 mironj19@newspim.com |
나머지 정당들은 일대 일 형식의 만남을 요구하는 한국당을 향해 다수당의 횡포라며 몰아세웠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의 1:1 제의는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발로 걷어차는 것이며,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고이며, 국민의 염원인 다당제를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논평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가 대접받는 것은 청와대나 대통령으로부터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여야 한다"며 "제1야당은 국정 책임의 한 당사자로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녕 홍준표 전 대표 흉내를 내다가 혼자만 소외되고 외톨이가 되는 상황을 초래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옹졸함과 차별과 배제로 무장한 제1야당, 거대정당의 정치횡포”라며 “기득권만 누리고 살았으니 민심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코자 하는 민주주의와 협치에 대한 요구를 제대로 들을 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