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해외일정 취소하고 예정보다 5일 이른 4일 귀국
검경수사권조정안·공수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책 마련 전망
내부 결속·사태 책임 위해 ‘사퇴’ 가능성도 거론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 권한을 축소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데 정면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귀국 후,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문무일 총장은 해외출장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예정보다 닷새 이른 4일 오전 귀국한다. 검찰은 “국내 현안과 일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해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귀국 결정은 최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스트트랙은 최대 330일로, 문 총장은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비해 검찰의 요구사항부터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1.09 yooksa@newspim.com |
문 총장은 이례적으로 해외출장중인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이같은 강경 입장을 낸 후, 고심 끝에 검찰 고위 간부들의 만류에도 대책 마련을 위해 조기 귀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한 문 총장의 움직임에 검찰 안팎에서는 문 총장이 검찰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검찰의 강력한 반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사의’ 카드를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문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이전부터 공언했던 검찰 개혁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검찰 개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정부 기조에 맞춘 노력에도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 초기부터 ‘검찰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문 총장은 지난해 3월 “수사종결권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공동 발표로 검찰 권한이 대폭 축소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현실화되는 듯했고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도 쌓여만 갔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총장으로서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검사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동안 총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검찰 주장을 관철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또는 ‘총장이 너무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종종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문 총장이 이같은 상황을 책임지고 검찰 조직 결속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에게 주도권을 쥐어주기위해 강경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과거 검찰총장들이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응한 전례가 있고 문 총장의 임기가 두달 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도 사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총장의 사퇴가 오히려 무책임하게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금 사퇴 카드를 꺼낼 경우 새로운 총장이 정부와 여야 4당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에 반기를 들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수사권 조정안 반대 이유로 사퇴할 꺼였으면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과정에서 했어야지, 총장 임기를 두달 남겨놓은 현 시점에서 사퇴한다면 검찰 조직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지적에 문 총장이 사의를 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문 총장이 귀국 직후 검찰 간부들과 대응책을 논의한 후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검찰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향후 국회를 움직여볼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검찰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문 총장의 귀국 후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청와대는 문 총장의 반발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