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판 넷플릭스로 통하는 아이치이(iQiyi)를 포함한 중국 IT 기업들 사이에 자금줄 확보를 위한 새 기류가 화제다.
대규모 기업공개(IPO) 실시 후 주식 발행 물량과 거의 맞먹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나선 것.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낮은 수익률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신규 자금에 목마른 중국 IT 업계에 국내외 IPO는 첫 걸음일 뿐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24억달러 규모의 IPO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아이치이는 이후 12개월 이내 IPO 물량의 75%를 웃도는 CB를 발행했다. 다른 업체도 같은 행보를 취하면서 올들어 중국 IT 업계의 CB 발행이 급증했다.
2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관련 기업의 CB 발행액이 4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과거 연간 수치를 훌쩍 웃도는 결과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IPO 이후 1년 이내에 대규모 CB를 발행, 자금을 수혈했다.
CB는 투자자들에게 일정 기간 채권을 보유한 뒤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다만, 주식 전환은 채권 만기 시점에 주가가 미리 제시한 전환가에 도달해야 가능하고 주식 전환이 불가능할 경우 투자자들은 투자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
CB는 발행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전환에 따른 차익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발행 금리가 회사채에 비해 낮다. 회사채 대신 CB를 발행, 기업이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뉴욕증시에 입성한 중국 기업이 주식예탁증서(ADR)을 이용해 CB를 발행할 경우 이른바 ‘차이나 프리미엄’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 트렌드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골드만 삭스의 애런 아드 아시아 지역 파이낸싱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 고성장 IT 업체의 CB 발행이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5년 말 제로금리 정책 종료 후 지난해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긴축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중단, 시장금리 상승 리스크가 한풀 꺾인 상황도 기업들의 CB 발행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주의를 권고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CB 발행 기업의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전환 시점의 주가가 전환가에 못 미칠 경우 수익 창출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제품 판매 증가와 주가 상승을 겨냥해 CB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쓴 맛을 봤고, 1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테슬라는 9억달러 이상의 물량을 만기 상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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