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공' 공식 성립 안해...삼성전자 당면 과제
기존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 이해도 높여야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스마트폰 시장이 떠들썩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가진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죠. 폴더블폰은 딱딱한 제품을 접었다 펼 수 있게 되면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갤럭시 폴드의 메인디스플레이[사진=바이두] |
폴더블폰이라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여야하고, 소비자를 만족시켜야합니다. 어려운 기술을 동원해 기존과 다른 기능과 혜택을 제공했더라도 기존의 익숙함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국 실패한 혁신이 됩니다.
존 구어빌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혁신의 저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많은 혁신적인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나온 혁신 제품 중 90%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도 혁신의 저주 앞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이번 출시 연기 사태가 시험대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출시에 앞서 미국에서 언론인들을 상대로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제품인 만큼 리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사용법을 소개하면서 친근하게 접근하려 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한 리뷰어가 폴더블폰 중요 부품을 액정 보호필름으로 알고 억지로 뜯었고 화면이 파손되는 사고가 났습니다. 접히는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등의 문제도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처음엔 제품의 문제가 아닌 무리한 제품 리뷰로 인해 생긴 문제로 인식됐습니다. 삼성전자도 정해진 날짜에 출시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테스트 한 이후 "제품이 접히는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생했다"며 "원인을 조사해 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출시 연기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제품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구성 테스트를 소홀히 했던 것이다"라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의 설계를 다시해야 할 정도는 아니며 내구성 테스트를 소홀히 했던 것도 아니다"라며 "처음 나온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부분과 우리가 생각했던 부분이 달라서 나타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폴더블폰을 만든 삼성전자는 제품의 특성을 알고 있었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기존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가 폴더블폰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기존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사용 방법에도 혁신을 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례로 문자를 보낼 때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타자를 치는데 화면이 두배로 넓어진 폴더블폰 화면에선 같은 방식으로 타자를 치기가 어렵습니다. 앞서 스마트폰 초기에도 버튼이 있는 피처폰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오타'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단순히 삼성전자만의 것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폴더블폰을 내놓을 화웨이 등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당면한 과제입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시장 개척자로 나섰기에 좀 더 빨리 직면한 것입니다.
LG전자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5G폰 V50 출시일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진=LG전자] |
폴더블폰은 아니지만 LG전자의 5G 스마트폰 V50도 마찬가지 입니다. LG전자는 V50 스마트폰 옆에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스크린을 하나 더 주는 '듀얼스크린'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LG전자는 앞서 모듈 형식으로 내놓은 G5라는 아픈 전례를 갖고 있습니다. 2016년 나온 G5는 카메라 기능을 높이는 모듈과 가상현실(VR)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듈 등을 탈착 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에서 32개의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휴대하는 것이 불편하고, 스마트폰을 보호하기 위해 끼운 케이스를 벗기고 모듈을 끼워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선 '혁신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LG전자의 V50이 혁신의 저주를 넘어선, 성공한 주인공이 되길 기대합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