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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재정 지출 증대로 미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가 심화돼 2020년 1조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주도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흐름은 한 세대 동안 나타난 경제정책의 가장 큰 변화라며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에 대해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0~2029년 평균 연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50년간 연평균이 2.9% 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28년까지의 누적 재정적자는 33조달러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GDP의 96%다. FT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눈덩이 재정적자를 바라보는 미국 정재계의 시각이 과거와 달라졌다. 미국 2020년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 등 좌파 정치인들은 재정적자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화폐를 찍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현대화폐이론(MMT)을 지지한다. MMT 이론의 창시자 스테파니 켈톤 스토니브룩 대학 경제학 교수가 2016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제 자문을 맡으면서 MMT 이론은 미국 정치권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국 통화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가는 재정지출만큼 화폐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를 핵심전제로 하는 MMT이론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경기 부양을 위해 국가가 마음껏 화폐를 발행해도 괜찮으며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MMT 이론의 창시자 스테파니 켈톤 교수는 일본을 사례로 들며 "일본의 GDP 대비 공적채무는 미국의 3배가 넘는데도 초인플레이션이나 금리 급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자국 통화로 발행한 채무 불이행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장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민주당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MMT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체적인 상황이 변했다. 이제는 공화·민주당 모두가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를 무시하는 이론을 알고있다"며 재정 수문이 활짝 열렸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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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의 재무부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MMT 이론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정부 지출의 무분별한 확대는 인플레이션 급등과 같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 이론에 대해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으며, 미국의 전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도 MMT가 공짜점심(free lunch)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하고 있다며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비난했다.
존 르웰린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MMT 지지자들은 거의 메시아적으로 말하지만, 설명이 다소 모호하다"며 "MMT는 완전 고용과 동떨어져 있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두드러지고, 금리가 제로인 예외적인 경제 상황에서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진보주의자들 조차도 세입을 늘리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자 증세에 집중하며 국가재정에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하고자 한다. 최근 폭스뉴스 토론에서 샌더스 의원은 미국의 높은 공적부채에 대해 "타당한 우려"라며, 의료 보험 체계 확립과 사회보장, 무상 공공대학에 들어가는 비용을 스스로 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대통령과 달리, 제안하는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해법을 내놓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든 전세계는 향후 10년간 중대한 재정 실험을 지켜볼 것이며, 미국의 거침없는 재정적자 확대가 긍정적인 현상인지 경제·재정적 위협인지 규명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