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이어 비메모리까지 1위로 올라서겠다"
비메모리, AI·5G 등 성장산업 핵심...시장 규모 더 커
파운드리 1위와 시장 격차 좁히는 중...기술은 따라잡아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오는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을 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시스템 반도체 연구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이미 올 초부터 예견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과의 만남에서는 "2030년 비메모리 글로벌 1위"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4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이 청와대 경내 산책에 나섰다. [사진=청와대] |
◆ 성장성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 1위로 올라선다
2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나선 것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주로 하며 D램, 낸드플래시 등이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 추론, 제어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5G 통신칩 등의 시스템 반도체와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가 크게 포함된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시장 규모가 메모리보다 2배가량 크다. 지난해 비메모리 시장 규모가 약 3109억달러라면 메모리 반도체는 1658억달러다.
성장성도 크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5G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해 부침이 심한 것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과 관련이 있다.
지난 2년간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실적도 크게 줄었다. 당장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0%가까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 '미세공정' 파운드리 영향력 높인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도 힘을 쏟는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수준 높게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미세공정'이 핵심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후발주자로 글로벌 시장 1위인 TSMC와 격차가 크지만 기술 경쟁력에서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이달 업계 최초로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또한 최근에는 TSMC와 비슷하게 5나노 공정 개발에도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48.1%이며 삼성전자는 19.1%로 2위다. 2017년 말 약 7%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1년여 만에 2배 이상으로 높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를 지속 추진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태계 강화에도 앞장선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입지 강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생 협력을 통해 '반도체 코리아'로써의 국가적 위상을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업체의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자체 개발한 설계자산(IP)과 설계·불량 분석 도구 및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 또한 소량제품 생산이 필요한 중소 팹리스들이 자사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위탁생산 물량 기준도 낮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국내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