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글로벌 항공업계 발전에 큰 공헌"
나흘간 국내외 항공업계 인사들 빈소 찾아
'친구이자 라이벌' 박삼구 전 회장은 불참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항공업계의 큰 별이 졌다. 조양호 회장의 타계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매우 슬픈 일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에 전 세계 항공업계가 애도를 표하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이 생전 국내는 물론, 해외 항공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며 주요 역할을 담당해온 만큼, 장례가 진행된 나흘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 1층에 마련된 조양호 회장 분향소. [사진=유수진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조 회장의 빈소에는 조문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나흘째 항공업계 주요 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주요 항공사들과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항공기 제작사 보잉 관계자 등 고인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인물들이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건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매각설이 나오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동종업계 선배의 별세 소식에 조의를 표하러 온 것이다.
한 사장은 공식 조문이 시작된 지난 12일 낮 12시쯤 도착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와선 "업계의 너무 훌륭하신 분이 가셔서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같은 날 저녁엔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가 조용히 빈소에 다녀갔다.
둘째 날 오후엔 제주항공 이석주 대표가 빈소로 발걸음을 했다. 15분가량 머물다 나온 이 대표는 "항공업계의 큰 별이 지셨다"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항공동맹 스카이팀의 마이클 위즈번 이사회 회장과 크리스틴 콜빌 사무국장도 이날 조 회장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러 왔다. 스카이팀은 조 회장 주도로 지난 2000년 6월 결성된 항공동맹으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등이 주요 멤버다.
두 사람은 조 회장의 죽음에 대해 "매우 슬픈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위즈번 회장은 "조 회장은 창단 멤버로서 지난 20년간 스카이팀을 이끌어왔다"며 "얼마 전 조 회장에게 면담을 제안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뵙지 못하고 보내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스카이팀은 조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15~16일 예정돼 있던 경영층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스티븐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도 15일 직접 빈소에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시어 사장은 "고인과 LA에서 조인트벤처 파트너십 서명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인연을 소개하고는 "앞으로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팜 녹 민 베트남항공 회장과 빈드티아 몽골항공 회장, 라데크 뮬러 체코항공 이사, 마테오 쿠시오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이산무니어 보잉코리아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부사장, 크리스티 리즈 보잉코리아 아태세일즈마케팅 부사장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진그룹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 앞 대한항공기를 조기로 내려 달아 조양호 회장 별세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사진=유수진 기자] |
앞서 조 회장 타계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가족과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임직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IATA는 "조 회장은 지난 20년간 IAT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현안에 대한 해답과 항공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등 큰 공헌을 해왔다"며 "오는 6월 열릴 연차총회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인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로 수십 년간 국내 항공업계를 함께 이끌어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조문 마지막날 오후 늦게까지도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은 최근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 등에 대해 수정 자구안을 마련하고, 채권단 등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느라 빈소를 찾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이날 오전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박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조 전 회장의 모친상 때는 직접 빈소에 들러 조의를 표한 있다. 당시 그는 "같은 항공업계 종사자로서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왔다"며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한편,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장례가 진행되는 기간 중구 서소문 사옥과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지방 지점 등 국내 13곳과 미주, 일본, 구주, 중국, 동남아, CIS 등 6개 지역본부에 분향소를 운영해 직원들이 조문을 할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서소문 사옥 앞 대한항공기를 조기로 내려 달아 조 회장에게 애도를 표했다.
조 회장의 장례는 5일간 한진그룹장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마지막 날인 16일 오전 6시 발인이 진행된다. 장지는 조중훈 한진그룹 선대회장을 모신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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