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대변인 "대통령, 악의 없었다" 해명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슬림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하원에 입성한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미네소타)을 겨냥한 영상을 게재한 이후 민주당에서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CNN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말은 무게를 지닌다. 그의 혐오적이고, 선동적인 수사는 실질적인 위험을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고, 위험한 영상을 당장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43초 분량의 동영상과 함께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영상에서는 일한 오마르 의원이 지난달 한 행사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무언가를 저질렀다"고 말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나오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 9.11 테러 관련 보도 영상이 삽입돼있다. 영상은 "2001년 9월 11일 우리는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마무리된다.
문제가 된 영상은 지난달 오마르 의원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행사에서 진행한 연설 중 일부를 편집한 것이다. 오마르 의원은 당시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2등 시민이라는 불편함과 함께 살아왔다"며 "CAIR은 9.11 테러 이후 설립됐다. 일부 사람들은 무언가를 저질렀으며, 그 후 우리의 모든 자유가 제한되기 시작됐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마르 의원이 언급한 CAIR은 실제로 1994년 설립됐다. 오마르 의원은 9.11 테러 이후 CAIR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마르 의원의 발언을 두고 3000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언급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영상을 게시하며 공세에 합류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이 차별과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영상으로 오마르 의원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 경찰이 오마르 의원과 그의 가족, 참모의 신변보호를 위한 조치를 확실히 취하기를 바란다"며 "경찰들은 오마르 의원이 직면한 위협을 지속해서 감시할 것이며, 대처해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오마르 의원은 과거에도 살해 협박을 받은 적 있다.
한편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ABC방송의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아무런 악의가 없었으며, 그 누구에게도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해명하며 사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샌더스 대변인은 오마르 하원의원이 지속적으로 반(反) 유대주의적 발언을 해왔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이 그 문제들을 짚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톨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4.4.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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