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한 여자 영주 열연…"현실 공포 와닿아"
촬영 당시 앓은 갑상샘 항진증, 현재 회복단계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홀로 야근했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딸을 만나기 위해 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주위가 암흑으로 변했다. 그러고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낯익은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배우 강예원(39)이 신작 ‘왓칭’으로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지하 주차장에서 납치당한 여자가 자신을 조여오는 감시를 피해 탈주하는 공포 스릴러. 스너프필름(폭력, 살인, 강간 등을 담아 은밀히 유통하는 필름)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강예원은 납치당한 여자 영우를 연기했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 공포란 점이 가장 와 닿았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공포를 느낀 건 데이트폭력이었죠.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엄벌에 처하는 게 공감됐죠. 여기에 플러스로 CCTV 등이 주는 공포가 있어서 더 무서웠고요. 캐릭터도 좋았어요. 막연한 피해자가 아닌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영우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이혼한 후 홀로 딸을 키우는 워킹맘.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지닌 커리어우먼이지만, 정작 상사의 부당한 요구나 부하직원의 나태한 업무태도에 쓴소리는 못한다.
“연기하면서는 캐릭터에 너무 많은 전사를 두려고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만 생각했죠. 실제 직장인 친구들을 만나서도 옷차림, 말투 등 세세한 부분을 공유했고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죠. 우리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달리 조연이 메꿔주거나 스토리를 연결해주는 부분이 없어요. 다음 상황을 위해 쉬지 않고 계속 도니까 가끔은 원맨쇼 하는 기분이 들었죠.”
신체적으로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영화 설정상 거의 모든 촬영이 밤늦게 진행됐다. 오후 5시에 촬영장으로 가 해가 뜨면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반복됐다.
“뱀파이어가 된 기분이었어요. 햇볕을 안보는 게 그렇게 우울한 일인지 몰랐죠. 반면 액션신은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조금씩 다치고 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였고요. 이번에 알게 된 건 제가 스피드가 좋더라고요(웃음). 달리기도 잘하고 카레이서도 잘했죠. (이)학주나 스턴트맨보다 빨랐어요. ‘내가 이렇게 잽쌌어?’라고 생각했죠. 장기를 발견했달까요?(웃음)”
사실 그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강예원은 촬영 당시 갑상샘 항진증(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촬영이 끝난 지난 1월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촬영할 때는 그것도 모르고 너무 피곤하니까 ‘내가 왜 이러지? 초심을 잃었나?’라는 생각도 했죠. 근데 이번 일을 계기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내가 건강해야 다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뒤로 계속 관리하고 있죠. 제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최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쭉 쉬었어요. 살면서 이렇게 뒹굴어본 적 있나 싶을 정도로 집순이가 됐죠(웃음).”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됐으니 다시 작품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그간 연기는 물론, 예능과 전시 등으로도 대중을 만나왔기에 다음 계획이 궁금했다.
“예능, 전시도 좋지만, 그보다는 먼저 작품을 하고 싶어요. 회사랑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이왕이면 최근에 보여준 센 것들 말고 따뜻한 영화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하고 싶죠. 그러고 이후에 ‘올가미’(1997) 같은 작품도 하면서 극과 극을 계속 오가고 싶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처럼만! 지금의 에너지가 변질되지 않았으면 해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