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고객 불만 접수 건수 해마다 4%씩 증가
전문가 "기업과 소비자 의식과 태도 모두 바뀌어야"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일주일 동안 옷을 실컷 착용하고선 모양이 틀어졌다며 원성을 높이더니 환불을 요구하더라고요. 구매 당일 심지어 중요한 행사가 있다며 새로 산 옷을 입고 가셨던 고객입니다. 웬만하면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환불해 드리겠지만 원인규명을 위해 심의를 요청하겠다던 점원에게 옷을 던지는 행태를 보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일하는 점원도 감정있는 사람이고, 누구의 부모이고, 누구의 딸인데..."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A아울렛에서 근무하고 있는 B의류매장 매니저는15일 "아울렛은 원래 환불과 교환이 안되는데 종종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해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한 식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식품업체에 따르면 고객들의 소비자상담센터 문의사항 대부분은 제품을 먹고난 뒤 이상 증상이 발견됐는데 환불 또는 반품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내용들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몇몇 고객들은 회사측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온라인에 관련 글을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며 "이럴 경우 기업입장에선 소요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무리한 제안이 아니라면 고객들의 요구를 들어주곤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속되는 경기침체의 영향 탓인지 구매한 제품의 반품 또는 환불 요구가 포함된 고객 불만족 접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악덕소비자(블랙컨슈머)수도 늘고 있다.
C유통업체에 따르면 고객 불만 접수사항은 전국지점 통틀어 한해 평균 2만5000건 정도가 접수되고 있다. 불만접수 건수는 지난 2016년 5.4%, 2017년 3.8%, 2018년 3.2% 씩 증가했다. 한해 평균 1000건 가량씩 증가한 셈이다.
C유통업체 관계자는 "불만접수가 해마다 꾸준히 4%가량씩 늘고 있다"며 "지점 수 변동에 따라 불만접수 건수도 바뀐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울렛의 경우 일부 고객들은 반품이나 환불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약관상 반품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 아울렛 매장은 할인폭이 큰데다 저렴하게 팔다보니 기업은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아울렛은 고객 서비스 편의를 위해 종종 반품, 환불을 해주기도 한다. C아울렛 관계자는 "아울렛 매장 특성상 환불, 반품 제도가 의무사항은 아니나 종종 고객 편의를 위해 해주곤 한다"며 "다만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터무니없이 늘어 아울렛 내 고객상담센터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악덕소비자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기업들의 대응방안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기업은 이미지 관리상 마지못해 고객들의 요청을 고스란히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불만고객에 대해선 회사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고객들의 요구가 지나쳐도 회사 이미지 관리상 웬만해선 수용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모습 [뉴스핌DB] |
전문가들은 매번 반복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기업과 소비자의 의식과 태도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악덕소비자가 쓰던 제품을 환불 요청하면 결국 기업은 비용 손실처리하게 되고 이는 다른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악덕소비자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방안을 강화하고 경고도 반복할 필요가 있다"며 "매장 직원을 하대하는 고객의 경우 필요에 따라 매장 입구에 경각심을 심어줄수 있는 안내판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소비자 윤리의식이 중요한데 소비자가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책임도 질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은 여러 이유로 환불해주고 있지만 기업비용이 발생되고 결국 다른 소비자들이 그 비용발생 피해를 나눠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덕소비자로 밝혀질 경우 벌금형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은데 이들에게 잘못된 일이구나 인식을 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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