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일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일치 위헌 선고
“법인이 감독의무 다해도 형사처벌…면책사유 정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수습기자 = 소속 직원들이 해당 법인 업무에 관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때 그를 고용한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가하도록 한 현행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다. 이날 헌재는 낙태죄 위헌여부를 결정한다. 2019.04.11 leehs@newspim.com |
A 주식회사는 소속 임직원들이 공모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노동조합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양벌규정은 위법행위를 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 등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말한다.
재판 도중 A회사는 처벌규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A회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인 노동조합법 제94조에 따르면 법인은 선임·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을 부과받는다”며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법인이 가담하거나 감독의무를 위반하는 때 등을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2009년 7월 30일 면책사유를 정하지 않은 법인의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이래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일관되게 위헌을 선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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