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들 "한진그룹 상속세 부담 확대...경영권 변화 기조 감지"
[서울=뉴스핌] 김지완 백진규 기자 =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진그룹 경영에서 강성부 KCGI 대표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적개선을 통한 대한항공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성부 대표는 대한항공에 줄기차게 '부채축소·자산매각→재무구조 개선→신용등급 상승→이자비용·조달비용 축소→실적증대 →배당확대'를 요구해왔다. 다시 말해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이 노리는 것은 주가차익과 배당이익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이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대한항공은 오너리스크 제거, 부채축소(재무구조 안정) 등으로 신용도 하락위험이 낮아지는 대신,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2조5347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대한항공 회사채가 2조1316억원으로, 한진그룹 전체 발행물량의 84% 수준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해 부담한 이자만 5463억원. 영업이익 6402억원의 85%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18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배경이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 등급으로 2년물 이자율이 3% 후반대다. 높은 이자가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 조양호 회장의 재산(증권) 가치는 약 3454억원으로, 상속세율은 50%인 1727억원 가량이다. 다만 이는 단순 계산이고, 경영권이 포함되면 상속세율은 65%까지 치솟아 2245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조 회장 소유 부동산 등이 포함되면 상속세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한진 일가가 보유한 한진과 한진칼의 지분가치 1217억원의 50%인 609억을 주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나머지 금액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
◆ 상속세 납부는 결국 강성부 뜻대로...경영권 통째로 강성부에게 넘어갈수도
결국 한진가 3남매가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부채축소·실적개선·배당확대 등의 강성부 회장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빅딜(Big-deal)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이 주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5%에서 20.03%로 쪼그라든다. 이 경우 KCGI 및 국민연금공단 합산지분율(20.81%)을 밑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조양호 회장 생전에도 강성부 대표 뜻에 국민연금·기관투자자·소액주주들이 동참하며 조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끌어내렸다"면서 "수천억대 상속세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강성부를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연히 강성부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강성부가 전략을 잘 짰다. 지배구조 취약하고 경영개선 여지가 큰 기업이 대한항공이었는데, 강성부펀드가 지분율을 계속 높이며 압박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부채를 적극적으로 늘리지는 않을 것이고, 부채 감소쪽으로 갈 것"이라면서 "한진칼·대한항공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 수 있고, 오너리스크가 없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당성향 확대를 통한 상속세 납부도 마찬가지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속세금은 5년동안 분할납부가 가능하다"며 "한진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진칼, 한진의 배당 증액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배당을 늘리기 위해선 '부채축소→실적확대' 등 강 회장 뜻대로 한진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경영권이 통째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박광래 연구원은 "한진일가가 여론에 지쳐 상속을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면서 "주요 주주들과의 빅딜을 통해 일가들은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 등이 강성부 KCGI에 투자금을 계속 대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 등 확실한 성과를 보여줬고, 조 회장 사망으로 투자자의 눈길이 모두 강성부를 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자금이 강성부에게 모일 거고, 그 돈은 한진칼 지분 취득에 쓰일 것"이라며 KCGI를 최종 승자로 지목했다.
사모펀드 강자로 꼽히는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마치 사전에 짠 것처럼 모든 것이 강성부의 계획대로 됐다"며 "국민연금 스튜어드코드십 참여도 그렇고, 조 회장 사망 시점까지도 절묘했다. 앞으로 강성부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진일가에 우군이 없어진 상황에서, 강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을 지키기가 힘들 것"이라고 점쳤다.
한편 '대한항공81-2' 3년물 회사채는 지난달 27일 1만186원에서 9일 1만386원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채권 수익률은 4.023%에서 3.200%까지 떨어졌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