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오픈에서 공동 4위 차지한 후 곧바로 이동해 샷 점검
우승 후보로 자신 외에 최근 꾸준한 성적 내는 매킬로이 꼽아
11일 오거스타GC에서 마스터스가 열립니다.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 대회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대회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대회 경험이 많아야 하고, 그린 주변에서 샷을 잘 해야 합니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2년째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 출전하는 김시우(24·CJ대한통운)는 미국PGA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이 끝나자마자 선수들을 위한 전세기를 타고 8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도착했다.
3주 연속 대회에 출전하는 터라 하루 정도 쉴 법도 했으나 곧바로 오거스타 내셔널GC로 이동해 샷을 가다듬었다.
김시우가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 출전한 것은 올해가 세 번째다. 첫 출전한 2017년엔 커트 탈락했고 지난해엔 공동 24위를 차지했다. 특히 작년 3라운드땐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처음으로 60타대 스코어(68타)를 낸데 이어 최종일에도 언더파(71타)를 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텍사스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지닌 채 오거스타에 입성한 때문인지 환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2019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김시우. [사진=CJ] |
그는 마스터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경험을 꼽았다. “이 코스에서는 라운드 및 대회 경험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아멘 코너인 11, 12번홀에서 바람 방향이 수시로 달라지므로 그것을 잘 간파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출전횟수가 3∼4회는 돼야 어느정도 코스를 파악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시우가 꼽은 그 다음 조건은 그린과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 능력이다. 그는 “오거스타 내셔널GC의 그린은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그에 따라 브레이크도 많이 먹는다. 그린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고 퍼트할 때 힘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솥뚜껑 형태로 된 1번홀 그린이 어렵고 전반에는 3,4,6번홀 그린도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벗어날 경우 파를 세이브하는 쇼트게임 능력도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거스타 내셔널GC의 18개홀 가운데 올해 달라진 홀은 5번홀(파4)이다. 지난해까지 길이가 455야드였으나 티잉구역을 뒤로 40야드나 물려 올해는 495야드짜리 긴 파4홀이 됐다. 그도 익히 들어서 5번홀의 난도(難度)가 높아진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돌아보진 못했으나 지난해에도 드라이버샷이 캐리로 페어웨이 벙커를 넘는 선수를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티잉구역을 더 뒤로 뺐으니 어쩌면 선수들에게는 티샷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고 봅니다. 앞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드라이버샷에 이어 어프로치샷을 롱아이언으로 해야 하는 일도 있을 겁니다” 마스터스를 창설하고 오거스타 내셔널GC를 공동 설계한 보비 존스는 선수들이 어프로치샷을 할 때 긴 클럽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메이저대회 직전에 열리는 투어 대회에 출전하느냐 마느냐는 선수들에 따라 다르다. 어떤 선수는 휴식을 취하면서 차분히 메이저대회를 준비하는가 하면, 어떤 선수는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두 대회에 연달아 출전한다. 김시우는 후자에 속한다.
“저는 감(感)을 유지하면서 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직전에 2주를 쉬고 대회 타이틀 방어에 나섰는데 결과(공동 63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주 텍사스오픈에 출전한 후 마스터스에 나왔습니다. 최근 2∼3주 감이 좋습니다”
김시우도 물론 마스터스 우승 후보다. 그런 김시우에게 “이번 마스터스에서 본인 외에 누가 우승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고 묻자 그는 “로리 매킬로이가 최근 몇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에 매킬로이를 1순위로 꼽는다”고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대회에서는 조편성도 선수들의 스코어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대회에서 초반 이틀간 누구랑 플레이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김시우는 “모든 출전선수들이 톱랭커이므로 조편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1,2라운드에서 어느 정도 쳐야 커트를 통과하므로 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톱랭커는 피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출전한 2017년 1,2라운드에서 필 미켈슨과 라운드한 후 컷 탈락한 경험이 있다. “내 영혼이 날아간듯한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올해 대대적으로 바뀐 골프 규칙에 대해 김시우는 “동료 선수들이 드롭 방법 등의 변화에 대해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귀띔했다. 깃대를 꽂아둔 채 퍼트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나도 쇼트 퍼트 때 깃대를 꽂고 퍼트한다. 깃대가 있으면 에이밍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주 텍사스오픈에서도 그랬지만 가끔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샷을 하곤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볼을 최대한 그린 주변까지만 보내자는 생각으로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꺼내든다. 페어웨이 드라이버샷은 사이드스핀보다 톱스핀이 많이 먹기 때문에 좌우로 크게 빗나가지 않아 방향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시우는 오거스타의 개인 집을 빌려 묵고 있다. 한국에서 내일 어머니가 와서 뒷바라지를 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주 대회에 출전하느라 올해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대회 전날 열리는 파3컨테스트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대회 분위기나 갤러리의 관전 태도, 마스터스가 주는 중압감 등으로 인해 마스터스는 다른 대회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는 김시우가 마스터스 세 번째 출전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