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다음달 1일 발표되는 새 연호의 구체적인 선정 절차를 결정했다고 29일 NHK가 전했다.
일본은 오는 4월 30일 아키히토 현 덴노(明仁天皇·일왕)가 퇴위하고, 5월 1일 나루히토(徳仁) 왕세자가 즉위한다. 새 덴노 즉위와 함께 사용될 연호는 이보다 앞서 4월 1일에 발표된다.
방송에 따르면 새 연호는 당일 오전 전문가 회의에 제시될 5개 이상의 후보안 가운데 결정된다. 일련의 절차를 통해 새 연호가 결정된 뒤엔 이날 오전 11시 30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발표한다. 이후 정오 경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담화를 발표한다.
1989년 당시 연호 헤이세이(平成)를 발표하는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당시 관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연호선정절차 검토회의'를 열고 4월 1일 연호 발표일 당일에 진행될 연호 선정 절차를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반부터 40분간 총리대신 관저 4층 특별응접실에서 각계 대표와 전문가로 이뤄진 '연호에 관한 간담회'가 열린다. 여기서 5개 이상의 연호 후보가 제시되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다.
이후 10시 20분 경부터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각각 의장·부의장의 의견을 중의원 의장 공저에서 청취한다.
이후 총리관저 4층 각료응접실에서 열리는 '전각료회의'에서 협의한 뒤, 임시 각료회의에서 연호를 바꾸는 정령을 결정한다.
오전 11시 30분 스가 관방장관이 새로운 연호를 발표, 정오가 지나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연호에 담긴 의의 등을 담화로 발표한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각료회의 내용은 통상 관방장관이 공표하기 때문에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새 연호는 제(관방장관)가 발표한다"며 "뒤이어 총리가 회견을 열고 새 연호에 담긴 의의나 국민께 보내는 메시지를 직접 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 새 연호 이니셜은 'M·T·S·H' 제외…민간 예상랭킹도 제외
일본의 연호 선정절차와 관련해선 △국민의 이상에 맞는 좋은 의미를 가질 것 △한자 두 글자일 것 △쓰기 쉬울 것 △읽기 쉬울 것 △이제까지 연호 또는 시호로 사용된 적이 없을 것 △세간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닐 것 등 총 6개의 유의사항이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몇 개의 조건을 더해 연호를 선정한다.
우선 연호의 알파벳 이니셜 앞글자가 'M·T·S·H'여선 안된다. 일본은 근대 이후의 시대를 연호로 표기할 때 'S10년(쇼와10년)', 'H30년(헤이세이30년)' 등 알파벳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근대 이후 연호와 알파벳이 겹치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1989년 헤이세이로 연호를 바꿀 때도 이 점이 고려됐다. 당시 헤이세이와 같이 최종후보에 남았던 슈분(修文), 세이카(正化)는 앞글자가 S로 쇼와와 같아 낙점받지 못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근대 이후 연호인 △메이지(明治·1868~1912) △다이쇼(大正·1912~1926) △쇼와(昭和·1926~1989) △헤이세이(平成·1989~현재)의 앞글자 M, T, S, H를 새 연호 이니셜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당초 일본 정부 내에서는 메이지 시대 출생자가 줄어들었으니 M은 신경쓰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M, T, S, H를 연호로 사용하고 있어 M도 배제됐다. 연호 발표 후 여유시간이 1개월밖에 안되기 때문에 시스템 개정 작업이 어렵다는 이유다.
민간에서 유행하고 있는 예상랭킹 상위권에 올라와있는 것들도 제외한다. 원래 새 연호와 관련된 예상은 현 덴노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터부시됐다. 하지만 이번엔 생전 퇴위인 만큼 새 연호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옅어지면서 예상랭킹 등이 나오고 있다.
널리 알려진 인명이나 대기업명도 제외한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소형상점 등과 겹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간에 사용되는 것이라 해도 의미가 좋다면 종합평가에서 선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상용한자를 사용할 것', '한 글자 당 많아도 12~15획 이내일 것' 등의 조건도 추가된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