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해외학술지 발표
우울증 진단·치료제 개발 기대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현대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같은 스트레스에도 우울증의 정도는 개인차가 있다. 그 원인을 밝힌 연구가 국내에서 나왔다.
한국뇌연구원 구자욱·정윤하 박사와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대학 등 공동 연구팀은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울증을 일으키는 새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우울증은 유전적 기질보다 후천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특히 개인 간의 지속적인 갈등, 폭력 등 사회적 스트레스 현상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개인에 따라 우울 정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뇌 보상회로인 측좌핵에서 뇌성장유래인자(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우울행동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자세한 기전은 규명되지 않았다.
[자료=한국뇌연구원] |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성장유래인자가 포함된 신호전달 체계에서 ‘Gadd45b’라는 유전자가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우울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실험쥐에 스트레스를 준 뒤 우울행동을 많이 보인 그룹을 조사하자 Gadd45b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Gadd45b 유전자는 평소에는 억제돼 있던 몇몇 타깃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행동을 증가시켰다. 특히 유전자에서 활성을 억제하는 메틸(CH4)기를 떼어내는 ‘DNA 탈메틸화’ 기전을 이용해 우울행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Gadd45b는 본래 신경가소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으며, 기억 및 학습 과정에도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Gadd45b가 우울증 발병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구자욱 책임연구원은 “후속 연구를 통해 특정 개체가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와 이런 성향이 자식에게 유전되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울증 진단 및 치료제 연구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