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대입에 제자들 동원 '성균관대' 교수..상습적인 갑질 적발
"5.18은 북한군 소행", "정준영도 피해자"..망언에 막말까지
대학들 "오너 리스크보다 교수 리스크 더 조심"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성균관대 소속 A교수는 2013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의 대학 입학에 대학원생 제자들을 동원했다. 제자들은 A교수의 지시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하는 국제청소년학술대회 논문 발표자료를 대신 작성했다. A씨의 딸은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과학인재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사진=성대 홈페이지 캡쳐] |
이후에도 A교수는 ‘2016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딸의 과제마저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맡겼다. A교수의 딸은 이 기간 동안 연구실에 2~3번 방문했을 뿐, 오히려 캐나다에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제자들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A교수의 딸은 대한면역학회가 주는 ‘우수 포스터상’은 물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는 ‘우수연구과제상’까지 수상했다.
교육부는 성균관대에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이 교수와 자녀 두 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양어대학 B교수는 지난 19일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정준영은)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라며 “연예인들도 힘든 일이 많고 공인이 일하는 게 힘들다 보면 분출구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즉각 해당 발언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알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범죄행위를 두둔하는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은 이 게시글에서 “도덕관념이 저 수준인 교수에게 강의를 들어야 한다니 기분이 나쁘다”며 “강의 시간에 입조심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이 교수는 해당 발언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성범죄를 두둔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최근 갑질이나 망언을 일삼는 교수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학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른바 ‘교수 리스크’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교육부와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온·오프라인상에서 익명으로 교수의 갑질이나 폭언, 망언 등의 제보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 하고 있다. 2018.12.21 leehs@newspim.com |
가장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의 C교수가 전공수업에서 ‘5·18은 북한 소행’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20일 SNS에 올라왔다. 직후 해당 교수는 학교 측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며 여러 의견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서강대학교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D교수가 강의 도중 연예인 정준영 등의 불법 촬영 영상을 언급하며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대학들도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요즘 대학들 사이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아니라 '교수 리스크'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소속 교수가 구설에 오르지 않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교수 전체 회의 등에서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강의 중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정시나 수시 지원철에는 교수들에게 안 좋은 일로 뉴스에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교수 중에는 이를 언짢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의 갑질이나 문제적 발언에 대해서는 대학 측이 1차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조치가 미진하거나 은폐 의혹 등이 있으면 교육부가 직접 감사에 나서기도 한다”며 “문제 예방을 위해 관련 정부 부처들과 함께 대학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