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사장 '비상경영' 선포에도 문건유출 등 기강 해이 여전
[나주=뉴스핌] 조준성 기자 =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점심시간 중 민원인들 업무처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전 직원들은 특히 인근 한전KPS와 한전KDN 등 다른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 직원들과 달리 평일 점심시간이 1시간30분까지 허용돼 업무처리에 바쁜 민원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진=한전DB] |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해 4월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조직혁신에 나섰지만 최근 문건유출 등 직원들의 조직 기강이 흐트러지면서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 15일과 18일 한전 나주본사를 방문하니 오전 11시30분경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직원들이 집단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간 다른 쪽에서는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삼삼오오 짝을 짓어 남쪽 정문과 북쪽 문을 통해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경남 진주에서 지난 18일 한전 업무처리를 위해 출장 왔다는 민원인 김모 씨는 뉴스핌 기자에게 “11시20분 도착해 20분 정도면 해당 부서에서 민원을 해결하고 오전 중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서둘러 왔는데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 오후 업무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11시35분경 한전 본사를 찾은 민원인 박모 씨 일행도 업무를 보지 못한 채 북문 1층 로비에서 주차장으로 되돌아나오며 점심시간이 11시30분부터 1시까지라는 말에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1층 안내데스크에서 로테이션으로 근무한다는 여직원에게 한전의 점심시간을 묻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라는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공식 점심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뭐 11시 반(주춤), 12시부터인데 좀 일찍 가시는 분도 있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경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전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문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조준성 기자] |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 담당자는 공기업의 점심시간을 묻는 질문에 “보통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아니겠습니까”라고 답변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월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2019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이란 문건이 외부로 유출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문제로 한전은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국회 등에 임원진들이 찾아가 해명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2080억원을 기록한 한전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종갑 사장이 경영효율화와 함께 내부 청렴·윤리 강화 등 조직 체질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내부 기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계속 되는 이유이다.
js34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