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현행범인 체포서 사실과 다르게 작성"
"미란다원칙 사후 고지, 미흡한 의료조치 등 인권침해"
"경찰, 김 씨에 다리 걸어 넘어뜨린 것 인정"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버닝썬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29)씨를 경찰이 부당하게 체포하고 사건 당시 상황을 과장해 기록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23일 김 씨의 어머니가 "아들이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는데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지구대에서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진정을 내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버닝썬 폭행피해 신고자 현행범 체포는 인권침해이며 미란다원칙 고지 및 의료조치 부분도 미흡했다"고 밝혔다. 2019.03.19. hwyoon@newspim.com |
이날 인권위는 경찰이 현행범인 체포서에 김 씨를 체포할 당시 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씨가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에게 한 차례 욕설했지만, 체포서에는 ‘20분 동안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하고 경찰들에게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폭행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김 씨로부터 목덜미를 잡혔고 김 씨가 클럽 직원을 바닥에 넘어뜨렸다는 기록도 허위라고 봤다.
인권위는 "영상 확인 결과, 김 씨가 20초간 한 차례 욕설하며 항의한 건 맞지만 당시 목덜미를 잡은 게 아니었다. 경찰에게 다리를 걸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경찰의 목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포서에는 김 씨가 클럽 직원의 다리를 손으로 잡아 바닥에 넘어뜨렸다고 돼 있다"이라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당시 경찰이 급박한 사유가 없음에도 미란다 원칙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체포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은 김 씨가 통증을 호소하고 김 씨의 보호자가 치료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병원 후송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규칙을 개정하고 사건 당시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 조치를 주라고 이날 권고했다. 강남경찰서장에게는 사건 당시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아래는 박광우 인권위 조사총괄과 과장과의 일문일답.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버닝썬 사태'의 최초 신고자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03.19 leehs@newspim.com |
-사건 당시 지구대 직원들의 해명도 조사했는지. 조사했다면 해당 경찰들은 어떤 얘기를 했는지.
▲조사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이번 진정에 대한 피진정인들의 서면 답변을 봤다. 인권위가 이 사건에 대해 결정을 할 때도 피진정인에게 진술 기회를 부여했다. 실제로 피진정인이 출석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항변했다. 피진정인들은 전반적으로 진정 취지를 부인했다.
-CCTV 영상에서 추가 확인한 사실관계가 체포서와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인지.
▲체포서는 수사서류라서 자세한 내용을 얘기하긴 어렵다. 체포서에는 김 씨가 20여분 간 클럽 앞에서 행패를 부렸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영상자료 확인 결과, 김 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봉투를 발로 차고 클럽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것은 2분이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종결됐다.
또 체포서에는 김 씨가 격렬히 반응하며 경찰관 목덜미를 잡아챘다고 돼 있다. 영상 확인 결과, 김 씨가 20초간 한 차례 욕설하면서 항의한 건 맞다. 하지만 목덜미를 잡은 게 아니었다. 경찰에 의해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경찰관의 목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피해자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 중심을 잃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목을 잡은 것이다.
게다가 체포서에는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지만 김 씨가 확인을 거부했다고 돼 있는데, 영상엔 그런 장면이 없었다. 또 김씨가 클럽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폭행당했음에도 체포서에는 김 씨가 클럽 직원을 오히려 넘어뜨리고 폭행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에 따라 체포서가 공정하게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왜 경찰이 김 씨를 제압하기 위해 먼저 다리를 걸었다고 생각했는지.
▲영상 자료에서 확인된 부분이다. 경찰들이 어제 인권위에 출석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사건 당시 2분여의 실랑이를 20분이라고 체포서에 기록한 데 대해 경찰 해명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체포가 정당했고,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정이 급박하게 체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항변을 주로 했다.
-경찰이 고의로 체포서를 작성했다고 보는지.
▲그 부분은 저희가 말하기 곤란하다. 저희는 사실관계의 내용을 말씀 드린거다. 의도나 배경 등을 고려는 하겠지만 판단 및 결정 과정에서 담진 않았다.
-경찰들에 대한 권고조치의 수위가 약한 건 아닌지.
▲인권위는 범죄 여부를 다루는 수사기관이 아니고 인권침해 여부를 다루는 인권기구다. 이러한 판단 아래 이번 사건뿐 아니라 유사사건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는 방향에서 권고를 고민했다.
-경찰이 김 씨를 순찰차에 태워 이동하는 과정에서 욕설, 폭행 있다는 내용에 대해 경찰이 인정했는지.
▲해당 사안은 김 씨의 고소로 수사 중이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