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노하우 바탕으로 베트남 현지 앱(App) 개발 주도
저서 <핀테크 : IT와 금융이 만나는 새로운 세상> 출간하기도
[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60%가 35세 이하입니다. '모바일 세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지요. 모바일과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가 급성장하고 있고, 한국의 핀테크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입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핀테크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정훈 핑거비나(Finger Vina) 대표의 말이다. 핑거비나는 국내의 핀테크 강소기업 핑거(대표 박민수)가 2017년 베트남에 설립한 현지법인으로 이 곳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의 금융 인프라 개발과 현지 베트남 기업들의 핀테크 서비스 구현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는 "한국의 핀테크 수준은 세계적"이라며 "국내 핀테크를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진=이민주 기자] |
◆ '베트남판 알바몬' 퀵잡, 현지서 개발
이정훈 대표가 체험하고 있는 베트남의 핀테크 시장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모바일로 경제 활동을 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이런 저런 앱(App)이 하루에도 몇개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모바일 금융 인프라는 시작 단계입니다. 은행 계좌를 가진 베트남 국민은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합니다. 닷컴붐이 막 시작됐던 1990년대 후반의 한국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핑거바나가 베트남에 출시한 퀵잡(QuickJob)은 베트남에서 일자리를 등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의 '알바몬'과 유사한 이 앱 이용자는 다낭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핑거비나가 현지에 내놓은 또다른 앱 수리(SURI)는 위치 기반으로 오토바이,스마트폰 등 수선센터를 찾을 있는 서비스이다. 티고(Tigo)는 일상의 모임과 일정을 관리해주는 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에게도 금융 인프라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티고는 농협은행이 지난해 베트남에 선보인 '올원뱅크 베트남'에 탑재됐다. 핑거비나의 앱은 한국에서 20여년 쌓아온 핀테크 노하우가 집약돼 있어 현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 모기업 핑거, 내년 코스닥 상장 강소기업
핑거비나는 올해에는 반도체 설계 사업도 론칭한다. 언뜻 기존의 핀테크 사업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실은 모바일 앱 개발이 프로그래밍(설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業)의 본질은 같다. 이 대표는 "공장 없이 팹리스(Fabless)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장세로 핑거비나의 올해 매출액은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업 확대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해 베트남 다낭에 있는 '한국-베트남 IT 친선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어 IT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사진=예스24> |
핑거비나가 베트남에서 성공한 비결은 모기업 핑거가 한국에서 20여년 쌓아온 핀테크 노하우 덕분이다. 핑거는 '오프라인 지점없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업무가 처리되는 은행'을 의미하는 '보이지 않는 은행'(Invisible Bank) 구현을 선도하는 강소기업이다.
닷컴 붐 시기인 2000년에 설립돼 국내 주요 은행의 전산 인프라 개발,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경쟁사인 웹케시가 은행 SI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이 분야가 핑거의 독무대가 됐다.
핑거는 2017년 매출액 321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고, 내년 4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주간사는 대신증권이다. 이정훈 대표는 핑거의 IPO(기업공개) 업무도 총괄하고 있다.
핑거의 가족 회사로는 핑거비나를 비롯해 ㈜핀테크, 머니텍, 랜딩사이언스, 익스체인이 있다.
이정훈 대표는 "한국의 핀테크 수준은 세계적"이라며 "핀테크를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핀테크 : IT와 금융이 만나는 새로운 세상>(한빛미디어)의 저자이기도 하다.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