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 사고 후 몇 개월 간 미국 조종사들이 보잉 737-맥스8 기종의 제어 문제를 다섯 차례 이상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도 같은 기종이 비슷한 방식으로 추락한 만큼 사고 기종의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심화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주 뉴욕 라구아르디아 공항에 착륙하는 아메리칸항공의 보잉 737 맥스 8 기종 여객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조종사들이 자체적으로 보고하는 항공기 조종 문제 미 연방항공청(FAA)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일부 보고된 사고들은 공통적으로 실속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라이온에어 여객기 사고의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된 시스템이다. 에티오피아항공의 경우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고 여객기 둘 다 이륙 직후 조종사들이 제어 시스템과 씨름하다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추락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에티오피아항공 사고도 이 시스템이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에 보고된 데이터에 따르면, 한 민간 항공사 조종사가 이륙 시 자동조종장치가 작동된 지 2~3초 만에 항공기가 급강하해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하강 금지!’라는 음성 경보가 나왔다고 보고했다. 조종사는 자동조종장치를 해제한 후에야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또 다른 보고에서는 이륙 후 수평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동조종장치를 작동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역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하강 금지!’라는 음성 경보가 나왔고, 역시 자동조종장치를 해제하자 정상적인 비행이 가능했다고 보고됐다.
또 다른 보고에서는 FAA와 보잉이 실속방지시스템 오작동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FAA는 지난해 11월 7일 실속방지시스템의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조종사들에게 긴급지령을 내렸으나 ‘시스템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를 보고한 조종사는 또한 당시까지 비행 매뉴얼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이 문제가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기종과 차별화되는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에 대해 조종사들에게 충분한 훈련과 자원, 매뉴얼을 제공하지도 않은 제조사와 FAA, 항공사 모두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임시방편의 비행 대처가 필요한 시스템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조종사들은 보잉사가 조종사나 항공사에 새로운 기능인 실속방지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지, 또한 오작동하거나 잘못된 데이터에 의해 작동되는 경우 해제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FAA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위의 사고들은 익명으로 보고되기 때문에 해당 항공사나 공항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으로 승무원과 승객 189명이 전원 사망했고,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역시 탑승객 157명이 전원 숨졌다. 사고 항공기는 모두 보잉사의 737-맥스8 기종이었다.
탑승자 157명 전원의 생명을 앗아간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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