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공수처법·선거제도 개편에서 마찰 예고
與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野 '의회민주주의 부정' 맞서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여야가 3월 임시국회를 7일부터 열기로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임시국회 개최에 모두 동의했지만 어떤 안건을 논의할 것인지 확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여야가 집중하는 법안도 달라 상임위원회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 조기 추진과 고위공직저범죄수사처 설치 등 사법개혁, 선거제도 개혁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을 우선순위에 뒀다. 특히 유치원 3법과 공수처 설치법 처리에 부정적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 비리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패스트트랙 유치원 3법, 사실상 슬로우트랙으로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묶은 법안이다. 박용진 의원이 세 법을 모두 발의해 ‘박용진 3법’이라고도 불린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3법은 사립유치원으로 하여금 교육부 장관 및 교육감이 운영하는 유아교육정보시스템, 에듀파인 등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지급되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정부 감독을 받게 했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통제를 받게 하는 등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이었다.
다만 교비를 공개하는 것과 처벌에 있어서 한국당 반발이 컸다. 한국당은 ‘유치원은 설립자의 사유재산’이란 입장을 유지하며 상임위 차원에서의 합의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시민 여론이 만만치않자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중재안을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한국당은 논의도 되지 않은 것을 패스트트랙에 넣는다며 크게 반발했다.
330일이 지나야 처리될 것을 우려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유치원 3법 조기 처리를 주장해왔다. 지난 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유치원들이 집단 개강 연기에 돌입하자 유치원 3법 조기 처리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박용진 의원은 4일 “한유총의 불법행동은 끝났지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향한 대장정은 이제 시작”이라며 “유치원 3법의 조속한 통과로 법적 뒷받침 해야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중재안을 낸 임재훈 의원도 5일 “이제는 국회가 일해야 할 때”라며 “자유한국당이 늦게나마 국회에 복귀한 만큼 여야 모두 3월 임시국회에 산적해 있는 민생 법안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순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정부가 유치원을 적폐로 몬 지 4개월 만에 아무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결국 아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며 "잠시 시행령 개정을 멈추고 한유총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표 한국당 교육위원회 간사도 "민주당은 법 처리에 1년 가량 소요되는 패스트트랙으로 법안 처리를 묶었고,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이라는 일방적인 방법으로 국회의 논의를 무력화시켰다"며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조국도 나선 공수처법 도입…한국당 '옥상옥' 비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특히 현직 검사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는 등 고위공직자 부패에 대한 시민 여론이 나빠지자 내세운 공약이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기헌·박범계·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공수처법을 각각 발의했다.
수사 인력에서 차이가 있다지만 이들 법안 모두 대통령 친인척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직무비리를 수사하는 독립된 수사기구 신설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박주민, 박광온, 황희 의원 등은 자신의 SNS에 공수처법 설치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거리에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등 장외투쟁에도 나섰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자신의 SNS프로필 사진을 공수처 촉구 포스터로 바꾸기도 했다.
한국당 입장은 ‘옥상옥’이다. 또 공수처가 설치되더라도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며 “한국당 입장은 공수처장의 임명 방법 등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당은 당 내 사개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당 차원에서 사개특위를 가동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당 사개특위에서 공수처 뿐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등 정부·여당안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정개특위 간사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선거제도 개편 패스트트랙 움직임에 "권위주의 시대 발상"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전체 득표 중 33.5%를 얻었지만 실제 의석 점유율은 40.67%였다. 더불어민주당은 25.54%만 얻었지만 의석점유율은 41%였다.
반면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에서 26.74%를 얻었지만 실제 의석 점유율은 12.67%에 그쳤다. 이 탓에 국민 의사가 의석배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야3당으로부터 선거제도 개혁 요구가 빗발쳤다. 야3당은 민의가 의석에 그대로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창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국회 의석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단순다수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한 사표 문제와 과다·과소대표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방식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협상이 시작된 이후 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지역구 의석 200명과 비례대표 100명을 선출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도 국회 정원을 330명으로 늘리고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의석을 배분하는 협상안을 냈다. 다만 한국당은 당론이 없었다. 장제원 한국당 간사가 제시한 도농복합선거구제가 유일한 한국당 제안이었다.
여야4당은 소극적인 한국당 탓에 선거제도 개혁이 지지부진해지자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했다.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게임의 룰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패스트트랙 지정은 정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6일 “선거제도 개편은 규칙을 정하는 문제인데 제1야당 합의를 얻지 않고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건 군부시절 외에는 없는 일이다”라며 “민주당은 대통령 염원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기 위해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고, 야3당은 자당 총선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