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베르사유 궁전 기록한 작가
박여숙화랑서 3월 5~19일까지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제 사진 작업은 오늘날 선택한 과거다. 선택된 과거를 현재에 전시한다. 그러면서 제 작업은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베르사유 궁전의 복원 과정을 30년 넘게 사진기에 담아온 작가 로버트 폴리도리가 자신의 사진 작업의 특징을 이와 같이 밝혔다.
박여숙화랑은 로버트 폴리도리가 30년간 베르사유 궁전을 촬영한 600여점의 사진 중 14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작품은 5일부터 19일까지 박여숙화랑이 개최하는 'Versailles:고요한 공간의 시학'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박여숙화랑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작가 로버트 폴리도리 2019.03.04 89hklee@newspim.com |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박여숙화랑에서 만난 로버트 폴리도리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베르사유 궁전 복원 방식이 제 사진 작업 방식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가 촬영한 사진은 현재 시점에서 선택한 과거의 기록이다. 동시에 이는 과거의 기록에 한 겹 더 얹은 과거의 기록으로 남는다. 매년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해 복원과정을 기록한 그는 "제 사진은 역사의 레이어드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를 사진에 담고, 이를 현 시점에 남기는 과정까지 모두 역사"라고 첨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과거를 기억하고 기록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찍는 그 순간을 얼려버린다. 그리고 저장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사진은 역사를 조명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폴리도리가 재조명한 베르사유 궁전은 바로크 궁전 건축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루이 14세(1643~1715년 재위)의 화려했던 시대를 특히 잘 보여준다. 1682년부터 1789년까지 수천 명의 귀족과 조신, 공무원들이 머물렀으며 그 규모도 엄청나다. 2143개의 창문, 1252개의 벽난로, 67개의 층계, 그리고 정원에는 1400개의 분수가 있다. 로버트 폴리도리는 궁전 내 방만 900개가 있다고 귀띔했다.
Cabinet intérieur de Madame Victoire, (56 A) CCE.01.054, Corps Central – R.d.C, 2007, kodak endura chromogenic photographic paper, 127x152.4cm, ed 4 o [사진=박여숙화랑] |
프랑스 혁명 이후 베르사유 궁전 내부의 장식품과 미술 작품은 민간으로 옮겨졌다. 회화와 조각 콜렉션은 루브르박물관으로, 장서와 메달은 국립도서관, 시계과 과학적 장치는 국립공예학교로 이전됐다. 그리고 베르사유 궁전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로버트 폴리도리는 장 마리 페루즈가 작성한 궁전의 종합 건축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베르사유 궁전을 촬영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복원을 문서화할 수 있는 권한도 얻었다.
'Versailles' 시리즈는 로버트 폴리도리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인 건축 공간에 녹아든 인간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대형 뷰카메라의 느린 셔터속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고요함, 명상의 품질, 보기 드문 선명도와 초점으로 베르사유 궁전의 복원과정을 담아냈다. 이는 그의 작품이 회화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scalier des Salles de l’Afrique, ANR.02.037, Aile du Nord - 1er etage, 1985, kodak endura chromogenic photographic paper, 101.6 x 127 cm, ed 3of10 [사진=박여숙화랑] |
2009년 발간된 베르사유 궁전의 복원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집 3권 'Parcours Muséologique Revisité(Versailles)'는 미술계뿐 아니라 건축계에서도 호평을 받기도 했다.
로버트는 폴리도리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에도 참가했다. 그의 사진은 뉴욕 MoMA,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파리 퐁피두센터, LA카운티 뮤지엄, 유럽 사진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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