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시작은 하정우였다. 영화 ‘신과 함께’(2017, 2018) 시리즈 촬영 당시 하정우가 시나리오 하나를 건넸다. 이야기도 의도도 좋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성석의 옷을 입었다.
배우 김동욱(36)이 영화 ‘어쩌다, 결혼’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자유를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항공사 오너 2세 성석과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전직 육상요정 해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빤하지 않았어요. 특히 마지막이 마음에 들었죠. 둘이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을 암시하며 끝나지 않는 용기 있는 결말이 흥미로웠어요. 물론 ‘신인 발굴’을 취지로 한다는 점도 좋았죠. 감독님들을 비롯해 신인들이 많이 나와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처음이 있잖아요. 그 출발점에 도움이 되고 싶었죠. 한편으로는 제가 시작할 때가 생각나서 좋기도 했고요.”
극중 김동욱이 연기한 성석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오는 여자 막는 법 없지만, 진짜 사랑하는 여자는 딱 한 명이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이혼녀. 아버지는 유산을 빌미로 결혼을 반대한다. 고민 끝에 성석은 가짜 결혼으로 재산만 상속받은 후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기로 결심한다.
“가장 고민한 건 성석이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는 거였죠. 그래야 결혼과 사랑에 관해 말해도 공감될 수 있잖아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철없게 보이는 거였어요. 밉지 않게 보이는 데 중점을 둔 거예요. 그러면 관객도 납득이 더 쉽지 않을까 싶었죠. 동시에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태도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성장하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어요.”
김동욱의 말처럼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성석 역시 성장한다. 그건 여주인공 해주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결혼’은 그 과정에서 결혼과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 영화의 제작 의도이기도 하다.
“주위 또래들에게 들을 수 있는 대화가 많았어요. 물론 아직 저는 그런(결혼) 상황에 처해있지 않아서 절실하게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현실적 상상이 많이 됐죠.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저럴 수 있겠구나’ 생각도 많이 했고요. 특히 결혼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렇다고 성석과 결혼관이 같거나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요.”
성석과는 다르다는 김동욱의 결혼관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김동욱은 “전 가짜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진짜 결혼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사실 김동욱은 어렸을 때부터 ‘결혼’에 대한 로망이 컸다고 했다.
“인생의 첫 번째 목표라긴 그렇지만, 결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인생의 궁극적 목표이긴 해요. 이 말을 하면 결혼한 지인들이 ‘철이 없다. 환상이다’라고 하는데(웃음),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많잖아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 생각은 바뀌진 않았어요. 다만 뛰어넘어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도 많다는 건 알게 됐죠. 모두에게 축복받는 결혼이 쉽지 않고 정말 행복한 일이란 것도요.”
늘 결혼을 꿈꾸지만, 아쉽게도 그의 결혼 계획은 또 한 번 멀어진 듯하다. 영화 홍보가 채 끝나기도 전에 김동욱은 새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4월부터 MBC에서 방송하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다. 전직 유도 선수가 근로감독관으로 일하며 사회 ‘갑’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직 유도선수라 몸을 많이 써요. 살도 9kg 찌웠고요. 그러면서 체력 관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죠(웃음). 연기적 고민도 중요하나 신체를 관리하고 단련해야 언제 어떤 역할이든 해낼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앞으로 계획이요? 글쎄요. 다른 방향일 수도 있는데 모두에게 ‘다시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하죠. 스태프, 동료, 관객, 모두가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