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재판 결과따라 지배구조 우려" vs 하나은행 "행장 유고시 매뉴얼 철저"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과거 KEB하나은행이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CEO(최고경영자) 유고 시 ‘비상경영계획’을 정비해 제출했음에도, 재판중이란 이유로 함영주 행장 연임 추진이 기업 지배구조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직접 전달한 금융감독당국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과도한 대응이란 지적이 흘러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중 최고경영자에 관련된 세부부칙으로 대표이사 은행장 유고 시 직무대행자를 지명해 비상경영계획 절차를 진행하는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2016년 제출했다. 금감원이 지배구조법상 임원의 결격사유가 발생하거나 불의의 사고, 갑작스러운 건강상의 이유, 해고, 사임 등 최고경영자의 유고 시 비상승계계획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직무대행 순서는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부행장들 가운데 1명이 행장 직무를 대행한다. 권한과 책임도 원칙적으로 은행장과 동일하다. 다만 상법 408조에 정한 통상적인 업무에 대한 권한으로 한정되고, 회사경영의 중요한 영향을 주는 M&A(인수합병) 등은 제외된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사안은 이사회에 부의해 의사결정을 한다.
은행장 유고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은행 이사회는 은행의 상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승계 절차 개시 사유와 시기를 정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이내에 선임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천재지변, 선임 예정자의 중대한 결격사유 발생 또는 사고 등 불가피한 사유로 선임절차가 지연되면 그 사유와 선임 시까지 최고경영자 대행자, 은행 운영 및 향후 최고경영자 선임 일정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 같은 비상경영계획에도 취업비리 재판을 받고 있는 함 행장의 재선임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감원은 26일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을 만나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리스크가 은행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의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2015년 이후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 등과 관련해 사외이사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으며, 지배구조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 문제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하나은행 안팎에선 금감원의 요구대로 경영 비상계획 매뉴얼을 제출했고, 행장 선임 과정에 관여할 권한도 없기 때문에 관치금융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 결국 함 행장 연임건은 공을 넘겨받은 김정태 회장 의지에 달려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지주도 조용병 회장의 취업비리 재판 관련 회장 유고 시 지배구조 비상계획을 제출받고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승인해줬다”면서 “결국 김정태 회장의 의지에 따라 함 행장 재신임 여부가 결정될텐데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재신임에 무게가 기울었다”고 봤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