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농단 조사 받아온 100여명 판사 기소 선별중
양 전 대법원장 발언에 기소 규모 확대 가능성 제기
“공소사실 무에서 무”‥검찰·문재인 정권 겨냥 해석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기소를 앞둔 가운데, 검찰을 향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작심 발언’이 판사 기소 규모에 어떻게 작용될지 주목된다.
27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 뒤,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전·현직 판사들을 내달 초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재판 개입 및 법관 블랙리스트 등 혐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기소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아온 100여명의 전·현직 판사를 상대로 기소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대법관을 비롯해 차한성 전 대법관,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10여명이 우선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전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보석 심문 자리에서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판사 기소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02.26 leehs@newspim.com |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우리 법원의 재판에 관해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검찰을 지적했다.
또 자신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무에서 무일 뿐인데, 저는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서야 하고 제가 가진 무기는 호미자루 하나도 없다”고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몇몇 정치평론가는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은 물론, 문재인 정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검찰을 작심 비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발언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의 발언이 앞으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기소 범위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 내부에 양 전 대법원장 측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법정에서 검찰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이르면 내달 6일 사법농단 연루 판사 명단 발표와 동시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0여개에 달하는 시민단체가 결성한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등 단체는 사법농단 연루 판사 전원을 구속기소하라며 권순일 대법관 등 1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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