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수사에 부당한 영향 줄 수 있다”
양승태 “검찰, 무에서 유를 창조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검찰을 비판하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석방되면 사건을 조작·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심문 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02.26 leehs@newspim.com |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스스로 정비한 구속영장에 피고인이 대상이 됐다는 이유로 구속을 폄하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현재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령 및 건강을 고려하면 연령이나 건강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대법원장이었던 피고인이 석방된다면 다른 피고인에게 부당한 영향을 주어 사건을 조작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피고인은 변호인에게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폐기하게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기록 및 증거기록이 방대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주장을 비판했다. 검찰은 “증거기록이 방대하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 혐의가 방대하고 입증할만한 증거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보석 사유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접 방대한 증거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보석 사유로 드는 것은 보석 심판에서 전례 없는 주장”이라며 “다수 수감자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석방된다면 사건 관련자인 전·현직 법관의 진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은 상식에 의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맞섰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피고인이 특정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불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방어권 행사 위해 그 어떤 사건보다도 불구속 재판 필요성 큰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내가 가진 무기는 호미자루 하나도 없다”며 “책 몇 권을 두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서 수사기록 및 증거기록을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정의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평과 형평이라는 법 이념이 구현되는 법정이 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국고손실·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행정소송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원 공보관실 예산 유용 △법원 내부기밀 유출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및 내부정보 수집 등 47개 범죄 사실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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