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전설적인 투자자로 통하는 워렌 버핏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30년 이상 투자한 코카콜라 주가가 최근 10년래 최대 폭으로 내리 꽂힌 데 이어 ‘버핏의 캐첩’으로 알려진 크래프트 하인즈 주가 역시 폭락, 눈덩이 평가손실을 본 것.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 십 년 간 수많은 투자 격언을 남기며 투자자들 사이에 구루로 평가 받은 그의 투자 전략에 녹이 슬었다는 빈축 섞인 의견이 쏟아졌다.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가가 장중 한 때 27%에 달하는 폭락을 연출했다. 이날 증발한 시가총액은 126억달러에 이른다.
전날 크래프트와 오스카 마이어 상표권 가치를 154억달러 상각했다는 회사 측의 발표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적절한 회계 처리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충격은 최대 주주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덮쳤다. 버크셔가 보유한 크래프트 하인즈 주식은 3억2500만주.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보유 물량 6위에 해당한다.
이날 크래프트 하인즈 주가 폭락에 버크셔가 떠안은 평가손실은 40억달러를 웃돈다. 버핏의 연례 주주 서신 공개를 앞두고 버크셔의 1분기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합병을 버크셔와 브라질 사모펀드 업체인 3G 캐피탈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투자 거장 버핏에게도 커다란 흠집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로렌트 그랜디트 애널리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코카콜라 역시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이익 전망에 10년래 최대폭으로 하락, 버핏에 일격을 가했다.
버핏은 1980년대 후반 코카콜라를 처음 매입한 뒤 30여년간 투자를 지속,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콜라의 극성 팬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언급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른바 웰빙 트렌드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시장의 의견에 그는 날마다 콜라를 마시면서도 건강하다며 일갈했지만 실상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버핏의 소비재 투자 전략이 빗나가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