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워싱턴D.C.에서 무역 협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장관급 정책자들이 포괄적인 합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 초안 마련에 본격 돌입, 지난해 불 붙었던 관세 전면전이 재점화될 리스크가 일단 봉합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양국 주식시장의 상승 기류와 미국 국채 가격 및 달러화의 동반 약세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단면이다.
백악관에서 얼굴을 마주한 미국과 중국 무역 협상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내달 1일 90일간의 협상 시한 종료를 코앞에 두고 양국 정책자들이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10~25%의 관세를 단행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던 비관세 무역 장벽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양국 정책자들은 미국 기술 강제 이전과 사이버 도용, 지적재산권 침해, 서비스와 환율 및 농업, 비관세 무역 장벽 등 총 6가지 항목의 MOU 초안을 마련한 상황.
하지만 MOU의 구속력과 중국의 합의 이행을 장담할 수 있는 장치가 빠졌다는 것이 주요 외신과 미국 정치권의 비판이다.
실제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를 포함한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까지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여 무역전쟁 재점화를 방지하되 차세대 성장 동력과 직결된 구조 개혁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CNBC에 따르면 다수의 중국 고위 정책자들은 최종적인 MOU 체결이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제적인 기술 이전과 해외 기업에 상대적인 불이익을 주는 각종 보조금과 그 밖에 제도적 장치 등 통상 시스템 개혁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고,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최종 담판이 와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갈등도 두드러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른바 중국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자신이 내세운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사퇴할 뜻을 밝힌 상황.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시한 연장에 무게를 두는 등 온건한 행보를 취하면서 마찰이 고조됐고, 그가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환율 문제 역시 미국 측의 요구가 이행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책자들이 언급한 환율 안정이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특정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어느 국가도 타국 정부가 자국 통화 환율을 결정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위안 환율의 적정 수준을 7위안 이내로 제시하는 식의 개입이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내달 양국 정상회담에서 MOU 서명과 협상 시한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식통들은 추가 협상 기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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