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태광산업 합병 합의 MOU 체결...업계 3위 점유율 확보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따라 또한번 업계 지각변동 가능성
[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SK텔레콤이 IPTV 서비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가입자 768만명이 된다. 앞서 지난 14일 LGU+는 CJ헬로 인수를 확정지었다. KT가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던 유료방송 시장이 이동통신 3사간 전쟁터로 변했다.
특히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움직임과 또다른 유료방송 업체 '딜라이브' 인수 논의 등으로 경쟁구도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1일 오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티브로드의 최대 주주인 태광산업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간 지분 양수도 계약의 구체적 조건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양사간 인수·합병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유료방송 3강 체제로 재편...SKT 미디어 사업에 '가속도'
이로써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454만명에 티브로드 가입자 314만명을 더하게 됐다. 총 가입자 수는 768만명, 점유율로는 약 23%수준이다. 약 31% 점유율을 보유한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와 CJ헬로와의 합산 점유율 약 25% 수준을 확보한 LG유플러스에 이어 유료방송 업계 3위에 해당한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을 5:3:2 비중으로 3분하고 있는 3사가 유료방송 시장까지 3강 구도로 재편시킨 셈이다.
SK텔레콤이 이번 M&A를 진행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인 5G 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5G 상용화 시대의 핵심 사업 아이템 중 하나가 '뉴미디어'가 기존 IPTV 사업을 토대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번 MOU 체결로 SK텔레콤은 5G 상용화 시대의 초기 IPTV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된 셈이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해 IPTV 부문 매출은 1조29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늘었고, 같은 기간 가입자는 약 10% 증가한 473만명을 기록했다.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이 높은 UHD 가입 비중은 지난해 4분기 전체의 50%를 넘어서면서 수익성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완료하면 망 설치 비용 등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차별화할 수 있다.
◆SKT의 추가 M&A 가능성?...1위 KT의 다음 행보는?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까스로 3강 구도를 만들어냈지만 3강 중 여전히 3위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동통신 업계에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인만큼 유료방송 업계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 확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는 'M&A 전략통' 박정호 사장이 추가 M&A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한 사업자의 합산 점유율을 33.3%로 제한한 합산규제가 재도입 되더라도 아직 점유율을 10%포인트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는 상황도 이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추가 M&A 후보군으로는 최근 KT와의 인수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딜라이브'를 비롯해 '현대HCN' 등이 거론된다.
반면, KT는 더 조급하게 됐다. 점유율 기준 현재 1위지만 '딜라이브' 인수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던 기회가 눈 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합산규제가 재도입된다면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이 약 31%로 규제 상한선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위원 구성 상 합산규제 재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논의가 무산되면 유료방송 업계는 또 한번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합산규제 재도입 관련 법안심사소위는 오는 25일 열린다.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