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혁명시대 맞춰 상시공채로 전환
삼성·LG "아직 공채 폐지 계획 없어" 신중
전문가 "4차산업혁명 시대 효율적 인력관리 위한 조치"
[서울=뉴스핌] 정탁윤 김지나 심지혜 기자 = 재계 순위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이 13일 정기공채 폐지를 선언했다. 삼성과 함께 국내 채용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선언에 채용시장은 물론 재계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본사 인사부문이 관리하는 ‘정기 공개채용’에서 각 현업부문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중심의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하반기 각 1회씩 연 2회 고정된 시점에 채용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CT기업들은 정기공채가 없고, 필요할 경우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 역시 공채보다는 상시채용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ICT기반의 융합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환경에서는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기존 정기공채 방식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재확보에 한계가 있어 연중 상시공채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재계 5대그룹 [사진=뉴스핌DB] |
다만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채용방식 변화가 재계로 확산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그룹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채용시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좀더 성숙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그룹 차원의 공개채용 제도를 없애고 계열사별로 필요 인력을 자체 충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정기 공채를 통해 각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GSAT(삼성)나 인적성(LG)을 한꺼번에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공채는 연간 계획인 만큼 갑자기 폐지하면, 취업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아직 공채 폐지 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SK그룹은 일단 올해 3~5월 사이 기존 공채 방식으로 그룹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후 공채 방식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장기적으론 공개채용 대신 상시채용 방식이 좀더 보편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꺼번에 대량으로 뽑는 채용 방식이 1~3차 산업혁명 고도 성장기의 산물이라면, 소프트웨어가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필요 없게 됐다는 메시지이자 효율적 인력관리를 위한 조치라 본다"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대량 고용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점에서 저성장기에 향후 삼성이나 LG 등 다른 주요 그룹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