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망한 주유소의 가장 만덕(박인환)은 우연히 만난 좀비 쫑비(정가람)를 집에 들인다. 여타 좀비와 달리 반반한 외모, 말귀를 알아듣는 쫑비를 보며 가족들은 패밀리 비즈니스를 꿈꾼다. 집안의 실세인 맏며느리 남주(엄지원)를 중심으로 장남 준걸(정재영), 차남 민걸(김남길), 막내 해걸(이수경)의 기막힌 비즈니스는 조용했던 동네를 별안간 혈기 왕성하게 만든다.
영화 ‘기묘한 가족’은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주목받는 ‘좀비’를 소재로 한다. 그러나 기존 좀비물과는 확연히 다른 색을 띤다. 이야기는 “전염병이 도는 상황에서 좀비한테 물리면 전염병이 나을 수도 있지만 좀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민재 감독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서사구조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좀비가 등장하고 사람이 위협당하고 마침내 생존한다. 다만 그 과정이 기상천외하다. 이 감독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가족으로 엮고 매 순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예상을 비껴가는 황당한 설정을 배치해 웃음을 안긴다.
좀비 쫑비에게는 인간성을 부여했다. 인정사정없이 상대를 물어뜯고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내하고 배려한다. ‘웜 바디스’(2013)의 니콜라스 홀트와 또 다른 느낌으로 사랑도 한다. 역시나 황당한데 또 그만의 매력이 있다.
물론 이 지점들을 다르게 해석하면, 관객이 기대하는 좀비물 특유의 영화적 재미는 없다는 의미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도 볼 수 없다. 그 자리를 폭죽 아래 펼쳐지는 좀비들의 떼춤으로 대신하는 식이다. 취향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법은 시류에 맞다. 이 감독은 가장도 장남도 아닌 만삭의 며느리를 가족의 리더로 내세웠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가장 나약한 여동생을 행동대장으로 삼았다. 극 말미 좀비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들도 남주와 해걸이다. 좀비 영화 중 여성 캐릭터를 가장 능동적으로 활용했다.
가족으로 뭉친 박인환,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끈다. 특히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충북 보은에서 두 달간 합숙하며 만들어낸 호흡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는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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