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기전 최초 연구
사이언스 게재..차세대 항암 신약 기대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암의 림프절 전이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하지만 암의 림프절 전이 과정과 기전은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암세포가 어떻게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림프절에서 생존하는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은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metabolism)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사란 생물체가 생명 유지를 위해 진행하는 합성, 분해, 조절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이날 오전 4시(한국시간) 게재됐다.
(그림)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에 있어서의 전사인자 YAP의 역할 : 연구진은 림프절에 전이된 흑생종(그림A)과 유방암(그림B) 모델 생쥐의 암세포를 형광염색법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두 이미지 모두에서 YAP 전사인자(진한 녹색)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9.02.07. [자료=과기정통부] |
이번 연구는 폐나 간 등 장기로의 전이에 집중하던 기존의 암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이다.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암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의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었다.
연구진은 RNA 분석과 동물실험을 통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는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또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암세포가 더 이상 연료를 태울 수 없어 전이가 진행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는 암세포에서 ‘YAP 전사인자’가 활성화해 있음을 발견, YAP 전사인자가 암세포의 지방산 산화를 조절하는 인자임을 확인했다. 암세포 내 YAP 전사인자의 발현을 억제하자 암의 림프절 전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관찰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로 암 전이의 첫 관문인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대사를 변화시켜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현상과 기전이 처음으로 규명됐다”며 “추후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