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돌 특별인터뷰...한국형 발사체 1단 개발도 자신감
“우주개발 투자 지속돼야”...미국의 2%, 일본의 20%에 불과
“발사체·위성 분야 산업체 이전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75톤급 액체엔진을 지상에서 시험했지 않습니까, 붙들어 놓고. 문제가 없었어요. 그리고 날려봤어요.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 많은 문제가 해결된 거라고 보면 되죠, 일단은.”
‘한국의 NASA(미국 항공우주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임철호 원장을 만났다. 자력 개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주력 엔진인 75톤급 액체엔진의 비행 성능을 검증한 작년 말 시험발사체 발사에 대해 말을 꺼내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투박하고도 시원스런’ 말투가 인상적이다. 새해 1월 24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임 원장은 75톤급 액체엔진의 4개 묶음(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에 대한 질의에도 조금의 주저 없이 ‘온몸으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웃으면서 “(클러스터링 담당) 본인들이 저보다 걱정 안 해요”라고 말한다.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시험발사체는 지난해 11월 28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목표 기준치인 연소 지속시간 140초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제 남은 것은 누리호의 1단부를 구성하게 될 75톤 액체엔진 4기의 클러스터링 기술이다.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체를 플랫폼으로, 오는 2030년까지는 ‘우리의 달 탐사선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쏘아올린다’는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말 그대로 ‘스페이스 클럽’에 당당히 대한민국의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다. 나아가 ‘달 탐사선의 달 착륙’은 대한민국 우주탐사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사진=항우연] |
- 누리호의 핵심이자 최대 관건은 75톤급 액체엔진의 클러스터링이라고 하는데 큰 문제는 없는 것인지?
▲ 제가 발사체 하는 연구원들한테 ‘클러스터링 쉽지 않을 텐데’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면 자기들은 걱정하지 않는대요. ‘왜 걱정하지 않냐’고 했더니 ‘다 따로따로 있는 걸 그대로 시험한 거 4개를 그냥 묶는 거라서 별 위험한 게 없다. 하나하나가 잘되면, 다시 말해 N이 1일 때 잘되면 N이 4일 때도 잘된다.’ 뭐 이런 거죠.
- 이런 로켓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몇이나 되나?
▲ 성능의 차이는 있지만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유럽, 일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과 북한 이렇게 10개국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개발 중인 75톤급 정도의 성능을 내는 엔진을 가진 나라는 이스라엘, 이란, 북한을 뺀 7개국뿐이다.
- 시험발사체 이후 한국형 발사체 개발까지 남은 일정과 계획은?
▲ 한국형 발사체는 오는 2021년에 두 차례 발사할 예정인데, 올해는 한국형 발사체 3단 인증모델을 만들고 이에 대한 추진기관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한다. 내년에는 1단 부분의 제작과 종합연소시험을 할 계획이다.
- 결국 우리의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주공간에 올리겠다는 것이 목표인데 2021년부터 위성을 발사하나?
▲ 한국형 발사체는 2021년 2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한다. 첫 번째 발사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통적인 고유의 것을 싣고 발사하고, 두 번째 발사에는 우주기술 검증 목적의 소형 과학위성을 탑재한다. 그리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형 발사체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매년 발사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시험위성 발사, 2023년에는 500kg급의 중형 위성, 2024년에는 과학위성을 차례로 발사할 계획이다.
- 한국형 발사체로 달 탐사선 발사도 가능한가?
▲ 달 탐사선 발사를 위해서는 현재의 3단형 발사체에 1단을 추가해 4단형 발사체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2020년에 발사하는 시험용 달 궤도선은 미국의 스페이스엑스 로켓으로 발사한다. 이어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목표인데, 이때는 한국형 발사체를 사용할 계획이다.
- 한국형 발사체 이후 어떤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인가? 소형 발사체도 개발하고 대형 발사체도 개발하나?
▲ 지난해 수립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는 한국형 발사체를 플랫폼으로 해서 소형 발사체와 대형 발사체 등 다양한 크기의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소형 발사체는 500kg 이하의 소형 위성을 실어나르는 발사체로, 대형 발사체는 저궤도 대형 위성이나 지난해 발사한 천리안 2A호와 비슷한 무게 3톤 이상의 정지궤도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체로 개발하는 것이다.
- 새해 주목할 만한 우주개발은 무엇인가?
▲ 우선 위성 분야에서는 지난해 발사한 천리안위성 2A호가 기상관측 임무에 착수하게 되고, 한반도 주변에 대기오염 물질 이동경로 관측이 가능한 천리안 2B호 발사 준비에 들어간다. 민간에 위성기술 이전을 위해 진행 중인 차세대 중형 위성 1호도 발사 준비를 시작한다. 지금보다 더 정밀하면서 전천후 지구관측이 가능한 아리랑 6호, 30cm급 이하로 지구 정밀관측이 가능한 아리랑 7호도 개발 중이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3단 인증모델을 만들고 추진기관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한다. 내년에는 1단 제작과 종합연소시험을 할 계획이다. 75톤 엔진 4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달 탐사 분야는 올해부터 실제 달에 가게 될 비행모델 조립에 착수한다. 시험용 달 궤도선에 실리는 탑재체는 올 하반기 개발이 완료된 후 각종 우주환경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 2018년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보면 위성과 우주발사체 개발을 앞으로 산업체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항우연은 어떤 연구개발을 하게 되는가?
▲ 선진국에서는 민간기업이 발사체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발사비용을 절감한 발사체 개발과 관련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다. 또한 뉴 스페이스로 불리는 일부 기업의 자발적 투자와 기술 혁신 등 산업체 중심의 신산업이 창출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민간의 우주산업 참여를 유도하고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발사체, 위성 개발사업은 민간기업 주관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산업체로의 이전은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산업체 이전 로드맵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앞으로 항우연은 그 동안 축적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 앞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무엇이 시급한가?
▲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그동안 정부와 국민의 지원 속에 큰 발전을 해왔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항공우주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민간기업들도 우주개발 사업을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우주 분야 투자 규모는 미국의 2%, 일본의 20%, 인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독자적인 우주기술을 확보하고 국제 공동의 우주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주개발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시켜야만 우수한 인력도 유치할 수 있고 산업체도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사진=항우연] |
<임철호 원장은 누구>
틸트로터 무인기 세계 최초 개발...항공우주 분야 전문가
199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신인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항공 연구를 시작한 이래 항우연 발전을 앞당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중형기개발그룹과 항공사업부를 이끌었으며, 2002년부터는 수직이착륙과 자율비행, 고고도 고속 비행이 가능한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을 맡아 세계 최초의 틸트로터 무인기 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목적실용위성 개발 및 정보 활용, 나로호 개발사업 등 우주 분야에서도 두루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 항공기사고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1952년생 ▲전주고 ▲서울대 항공공학 학사 ▲프랑스 국립항공우주대학 항공우주공학 전문석사 ▲프랑스 뽈싸바띠에대학 기계공학 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선임본부장·위성정보연구소장·스마트무인기개발사업단장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국제항공연구포럼(IFAR) 한국 대표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