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영국 정치권 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지지자들에게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자 브렉시트 강경론자를 중심으로 영국 정치권이 반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레오 바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브렉시트를 무사히 완수할 계획의 밑그림조차 없이 브렉시트를 장려한 이들을 위한 지옥의 특별한 장소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바드카르 총리와 오는 3월 29일인 브렉시트 시한까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EU가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구제할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7일 메이 총리를 브뤼셀로 초대, 브렉시트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투스크 의장의 노골적 발언은 영국이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향후 영국이 마주할 수 있는 적개심에 대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국 정치권은 투스크 의장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메이 총리의 대변인은 그의 발언이 도움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메이 총리의 측근 일부는 투스크 의장을 "불량배", 브렉시트 찬성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사악한 유로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를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 우리는 당신처럼 선출되지 않은 거만한 불량배들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나한테는 천국에 더 가깝게 들린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 내 브렉시트 찬성파인 피터 본 의원은 "너무나 충격적인 모욕"이라고 말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승인투표에서 부결되자 지난달 29일, 합의안의 중요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수정하기 위해 EU와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장치는 합의안 부결의 주된 이유다. 안전장치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하드보더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브렉시트 전환기간인 2020년 말까지 EU와 영국이 무역 등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된다.
이런 내용의 안전장치는 메이 총리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반발을 샀다.
강경파는 합의안에 안전장치 종료시한이 없어 영국이 EU의 관세동맹에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고 반대했고, DUP는 안전장치로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규제가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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