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러시아가 지난해 가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의 교착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비핵화와 원자력발전소를 맞교환하는 제안을 비밀리에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면 북한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 발전소의 모든 부산물과 폐기물을 러시아로 반출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 발전소를 이용해 핵무기를 만들 위험성을 줄이는 한편, 북한에 새로운 에너지원을 마련해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 정보 당국은 이같은 러시아의 제안을 지난해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WP는 북핵 협상에 개입하려는 러시아의 새로운 시도였다면서 러시아가 중동부터 남아시아, 남미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정학적 화약고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들은 북핵에 대한 최종 협상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어떤 형태로도 반영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과 관련해 러시아는 매우 기회주의적"이라며 "러시아가 한국에서 에너지 부문 이해관계(energy stake)를 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논평했다.
이어 "이전 행정부는 이런 러시아의 제안을 환영하지 않았겠지만, 트럼프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고수하지 않는 만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러시아의 제안이 아직 협상 중인지, 북미간 논의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신문이 인용한 관계자들은 "러시아 관리들은 북한 측에 해당 제안에 관심이 있다면 비핵화를 언제 실현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시간표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한 관계자는 "미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무기화 가능 부산물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제안은 1994년 빌 클린턴 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맺었던 '제네바합의'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동결과 미국의 대북 경수로 지원을 골자로 한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김두연 한국 전문가는 "북한은 당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들이고 핵확산금지조약의 당사자로 남아있기로 했던 만큼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공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했다"면서도 경수로 공급 제안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로 넘어오면서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원자력 프로그램을 기꺼이 허용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존 볼턴(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경수로에 단호히 반대했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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