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청약→대규모 증액 발행 '선순환'
A등급 이하·10년물 등 온기 확산...흥행몰이 릴레이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올해 1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발행액의 2배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덕에 1조원 이상 청약→대규모 증액 발행 선순환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A등급 이하 등급과 10년물 이상 초장기물로 온기가 확산돼 역대급 흥행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2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달 회사채 발행액(발행일 기준)은 공모 회사채 기준으로 6조3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3조400억원의 2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선 4조원 가량을 예상했으나 50%나 증액 발행됐다.
CJ제일제당과 현대제철이 각각 7000억원, SK인천종합화학이 6000억원을 발행해 1~3위에 올랐다. 이어 KT, 미래에셋대우, LG유플러스, GS칼텍스가 각각 5000억원, 롯데쇼핑이 4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들의 공통점(미래에셋대우 제외)은 사전 청약에서 1조3000억~1조50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모았다는 것. 특히 LG유플러스는 1조73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단위:억원 [출처=각 회사 종합] |
수요예측 '흥행몰이'는 회사채의 대규모 증액발행으로 이어졌다. 현대제철(3500억→7000억원)과 SK인천석유화학(3000억→6000억원)은 예정 금액보다 각각 두 배로 늘렸다. KT(3000억→5000억원), 미래에셋대우(3000억→5000억원), GS칼텍스(3000억→5000억원) 등도 2000억원 이상 더 찍었다. 롯데쇼핑(2500억→4000억원), CJ제일제당(6000억→7000억원), LG유플러스(4000억→5000억원)도 1000억원 이상 늘렸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증액 발행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월 회사채 발행 급증 사유는 기관 자금집행이 재개되는 연초 효과에 대응한 자금 선확보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즉 풍부한 기관 수요를 바탕으로 향후 3~4개월 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와 CP(기업어음) 상환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증액 발행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상대적 금리매력이 있는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러브콜, 10년물 등 장기물의 발행이 호조를 이룬 것도 역대급 발행으로 이어진 비결로 꼽힌다.
새해 들어 A급, BBB급 회사채는 잇따라 흥행행진을 이어갔다. SK케미칼(A0, 1000억→1500억원), 한솔제지(A0, 700억→1000억원), CJ프레시웨이(A0, 700억→100억원), 대림데코레이션(A0, 500억원→1000억) 뿐 아니라 한진(BBB+, 700억원→1000억), 두신인프라코어(BBB, 500억→880억) 등도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발행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워낙 강하다"며 "A급도 물량이 부족해 못 살 정도"라고 전했다.
몇몇 초우량 기업만 가능했던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도 새해 들어 붐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0년물을 발행한 기업은 KT, SK텔레콤, LG화학, SK 등 네 곳, 연간으로도 1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에만 KT, CJ제일제당, SK인천석유화학, LG유플러스, GS칼텍스, 롯데쇼핑 등 6개사가 10년물 발행에 나섰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장기채 수요의 대표적인 기관이 보험사인데 보험사의 수요가 많다"며 "과거엔 해외채 투자를 많이 했는데 환율도 불안하고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 해외채를 줄이다보니 국내 장기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명 연구위원은 "A급 이하 채권과 건설업체 등 과거 소외기업들의 시장복귀 양상은 발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라며 "회사채 만기구조 측면에서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 상황을 활용해 장기채 발행을 늘리려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선 전반적인 설비투자 자금수요는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올해 순발행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