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직 종사자, 약 사러 음주운전하다 면허취소 뒤 직권면직
1·2심 “재량권 일탈·남용”→대법 “당사자 불이익보다 공익 더 중요”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법원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음주운전을 한 뒤 면허가 취소돼 직업을 잃었다고 해도 면허취소처분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면허취소로 인해 받을 개인의 불이익보다는 공익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유모 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찰청] |
대법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는 더욱 중시돼야 하고, 운전면허의 취소는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예방적 측면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 씨는 지난 2016년 1월 15일 술을 마시고 귀가해 5시간가량 잠을 자다 갑자기 아내가 복통을 호소해 약을 사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20m가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낼 뻔해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당시 유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9%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교육지원청 운전주사보로 일하던 유 씨는 면허취소처분으로 인해 직권면직됐다. 이후 유 씨는 “약을 구입하러 가다 적발된 것이고 음주운전 전력도 없다”면서 “면허취소처분은 공익 목적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면서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유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 재판부는 “재량권 범위의 일탈이나 남용을 따지려면 위반행위의 내용과 처분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그리고 그 처분으로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해온 유 씨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운전면허 취소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유 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유 씨의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9%로서 이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취소처분 개별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해 상대방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것”이라면서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처분이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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